최적의 공동창업은 몇 명일까(부제 : 좋은 공동창업자 찾는 방법)

목차

  1. 서문
  2. 공동 창업이 유리한 이유
  3. 단독 창업이 유리한 이유
  4. 최적의 공동창업 숫자는?!
  5. 좋은 공동창업자 찾기

00. 서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을,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만든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언급한 요지는 처음부터 공동으로 창업했다는 점이다. 물론 독신으로 창업해 혼자서 기업을 일군 굴지의 창업가도 많다. 하지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와중에 경쟁 열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한 명보다 다수가 좋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다수의 초기 투자사들이 공동창업을 선호한다. 국내의 경우 본엔젤스는 지원자격을 2인 이상의 공동창업으로 규정했고, 해외의 경우 YC가 Co-founder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대외적으로 공동창업 선호를 홍보해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실력있는 공동창업자끼리 서로를 충분히 신뢰할 때의 일이다. 오히려 공동창업자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다수보다 한 명이 좋을 수도 있다.

공동창업자를 구하는 것은 배우자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최적의 공동창업 숫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공동창업자를 구할 수 있을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01. 공동 창업이 유리한 이유

초기 스타트업에서 핵심적인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원은 보통 구주를 나눠받는 공동창업자이거나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핵심 멤버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전 직장보다 상회하는 연봉을 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은 주식을 담보로 비교적 싼 값에 이들의 노동력을 구매한다. 공동 창업이 유리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 돈 주고 일을 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하기 때문에 단독 창업보다 생산성에서 월등히 앞선다.

시선을 바꿔 생산성이 아니라 중요 전략에 대한 의사결정을 앞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초기에는 주식 수와 상관없이 한 명이 없어지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대표가 나머지를 잘 설득해서 가야만 한다. 만약 다수의 공동창업자가 양쪽으로 나뉘어 양보할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서로 의견을 좁힐 수 없다면 대개 회사가 쪼개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공동창업의 장점이 단독 창업의 단점이 되고, 공동창업의 단점이 단독 창업의 장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수의 투자사들이 공동창업을 선호하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임과 권한이 잘 분리된 공동창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아래는 Shark Tank에 나와 Mark Cuban이 $1M 투자를 제안했던 BottleKeeper의 공동창업자 Adam Callinan이 쓴 <공동창업자가 필요한 7가지 이유>를 요약한 것이다.

01.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혼자서 하기엔 할 것이 너무 많다.
02. 공동창업자와 스트레스를 나눌 수 있다.
03.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공동창업자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04.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그 사람은 공동 창업자일 수 밖에 없다.
05. 조언자는 조언자일 뿐 풀타임 파트너가 아니다.
06. 초기 비용을 나눠낼 수 있다.
07. 번아웃이 오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다른 공동창업자가 회사를 책임질 수 있어 투자자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YC의 3년 전 유튜브에 따르면 배치별 단독 창업한 회사의 비중이 최소 10%라고 한다. 이는 YC가 공동 창업을 선호한다고 홍보해서 생긴 편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영상에서 YC의 파트너는 단독 창업이 좋기는 하지만 공동 창업이 비교적 난이도가 더 낮을 것이라고 한다. 한때 YC의 CEO였던 Sam Altman도 혼자하기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심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단독 창업보다는 공동 창업이 좋다고 얘기했다. YC를 창업한 Paul Graham도 스타트업이 망하는 18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1번이 단독 창업이라고 작성했다.

출처 : PaulGraham 블로그

02. 단독 창업이 유리한 이유

재밌는 사실은 공동 창업이 단독 창업에 비해 표면적인 이점은 많지만 데이터와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TechCrunch의 CrunchBase 데이터를 활용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10M 넘게 유치한 7,348개의 회사 중에서 45.9%가 단독 창업이었고 54.1%가 공동 창업이라고 한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출처 : TechCrunch

DocSend를 공동창업해 Dropbox에 매각한 Russ Heddleston이 TechCrunch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독 창업이 공동 창업에 비해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단독 창업은 평균 $3.22M을, 2인 창업은 $2.61M을, 3인 창업은 $2.93M을 유치했다.

출처 : TechCrunch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Noam Wasserman의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사례의 65%는 공동창업자 사이의 다툼이라고 한다. 실제로 끝이 좋지 않았던 공동창업 사례가 많다. 맨 처음 언급했던 애플을 공동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창업한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독창업이 유리한 이유도 이 부분에서라고 보통 얘기한다. 가치관이 달라 매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다투고 결정을 미루며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단독으로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03. 최적의 공동창업 숫자는?!

모든 것을 혼자서 완벽하게 해내는 초인같은 대표도 분명히 실제로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혼자서 스트레스를 버티며 제품 개발부터 판매, 회사 운영까지 모든 것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서 확실하게 책임과 권한을 나누고 업무를 분장하는 것이 기간을 고려했을때 성공 확률이 확실히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Sam Altman은 Airbnb처럼 3명의 공동 창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2명의 공동 창업은 서로 같이 지칠 수 있지만 1명 보다는 낫고, 4명 이상의 공동 창업은 오히려 1명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보통 주변 사람들에게 설국열차에 빗대어 2인 공동창업이 제일 최적이라고 설명한다. 설국열차 내용은 아래와 같다.

설국열차는 차가운 바깥 환경 때문에 열차가 멈추면 죽는다. 세상에 무한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열차 엔진 소모품에는 사람이 쓰이기도 한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열차 내부에서는 농사도 짓고 옷도 만들고 가축도 기르고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잘 구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에 열차 내부에 사람이 늘어난다. 사람이 늘어나면 식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소모품으로 사용할 인간을 제외하곤 주기적으로 앞 칸(엔진)의 리더와 뒷 칸의 리더가 합의해서 비밀리에 싸움을 일으켜 사람의 수를 줄인다.

설국열차의 내·외부 상황이 스타트업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멈추면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는 시장. 완벽하지 않아 때로는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제품. 한정된 투자금을 잘 계산해서 생활해야 하는 직원들. 언급하고자 하는 핵심은 불균형이 일어났을 때의 대처 방법이다. 바로 제품을 총괄하는 대표(앞 칸의 리더)와 오퍼레이션/재무를 총괄하는 공동창업자(뒷 칸의 리더)가 밤마다 몰래 긴밀히 소통하는 부분이다. 다른 직원들은 모르지만 이들은 이해관계가 동일하고 누구보다도 서로 신뢰하기 때문에 매번 발생하는 문제를 잘 수습해 위험 투성이의 회사를 앞으로 잘 이끌어 나간다. 즉, 필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공동창업은 CEO/CPO 역할 1명과 COO/CFO 역할 1명, 총 2명이다.

04. 좋은 공동창업자 찾기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이자 코슬라 벤처스의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 선생님(필자를 투자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기도록 영감을 주신)께서는 <The team you build is the company you build, not the plan you make>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계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수행하는 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동창업자가 2명이 좋냐 3명이 좋냐의 문제의 본질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잘하는 공동창업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서 시작한다.

출처 : 비노드 코슬라 트위터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의 김범수 부대표님과 눔의 정세주 대표님이 나누신 대담에서 공동창업할 사람이 없어서 억지로 찾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단독 창업하는것이 낫다고 말씀하셨다. 단독 창업하더라도 초기에 같이 일했던 Founding member가 중요한 역할을 나중까지 충분히 소화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서로의 실력만 보고 창업을 시작하면 가치관이 다르거나 성향이 안맞아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애를 하고 이후 결혼하는 것처럼 창업하기 전에 맞춰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잘하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눔의 정세주 대표님은 우연히 사촌동생 친구들과 산낙지 이야기를 하다가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와 얘기가 통해 공동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우연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우연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표님이 하셨던 노력과 우연을 기회로 잡기 위해 하셨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직장 동료나 친구 뿐만이 아니라 기존 인맥 바깥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도 있다.

잘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그 사람과 성향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까? 사코니 리뷰를 보면 YC가 블로그에 포트폴리오사가 공동창업자를 만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 First round capital이 공개한 <예비 공동창업자에게 물어봐야할 50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크게 7가지 카테고리(How you operate, Roles, Cororate structure and funding, Personal motivation, Commitment & Finances, Team culture, Co-founder relationship)로 나누어 질문하고 있다. 아래는 필자가 재밌게 생각한 질문 몇 가지를 추린 것이다.

12. 만약 당신의 역할이 회사에 필요하지 않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15. 범죄 경력 등 창업에 영향을 끼쳐 미리 알아두면 좋을 개인 정보가 있는가?
24. 공동창업자가 다른 공동창업자를 자를 수 있을까?
36. 개인적인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
37. 개인 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연봉은 얼마인가?
38. 공동창업자가 다른 회사에 자문하는 것에 대한 규칙은 어떠한가?
42.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나 친해지는 것에 얼마의 시간을 들일 수 있는가?
43. Diversity & Inclusion(성정체성, 도덕 관념 등)이 얼마나 중요한가?
49. 다른 공동창업자를 추가로 들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위 질문을 물어봐서 맞는 성향의 잘하는 사람을 찾더라도 린하게 MVP를 만들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트렌드인 만큼 조금이라도 붙어서 같이 일해보고 공동창업 여부를 판단하기를 바란다. 실제로 지분과 돈이 섞이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과 권한의 분배라고 생각한다.

창업이 망한다고 인생이 망하진 않지만 보통의 창업자는 인생을 건다. 바깥은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다. 인생을 거는 창업의 시작이 함께하는 동료를 선택하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만 한다.

출처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