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가 전세계 1등한 비결은 투자수익률이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VC인 a16z가 어떻게 그 위상을 얻었는지 알아봅니다.

a16z가 전세계 1등한 비결은 투자수익률이 아닙니다
왜 a16z인가? Founder인 Marc “Andreessen”의 A와, Ben “Horowitz”의 Z 사이에 16개의 글자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표기한다고 하네요!
💡
최고의 VC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만약 운용자산 규모와 인지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a16z는 단연 첫손에 꼽히는 VC입니다. 반대로 투자수익률을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한참 뒤로 밀리죠. a16z는 그러면 대체 무엇이 달랐기에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봅니다.

a16z Highlight

  • Andreessen Horowitz(a16z)는 세계에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벤처투자사 중 하나입니다. a16z의 AUM은 2024년 2월 기준으로 ~$35B에 육박합니다.
  • a16z는 창업가인 Mark Andressen과 Ben Horowitz가 설립한 VC입니다. Mark Andressen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으로,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서버 및 네트워크 장치 관리용 제품을 제공하는 Opsware와 소프트웨어 및 통신 회사인 넷스케이프를 창업했습니다. Ben Horowitz는 Mark Andressen과 Opsware를 공동 창업했으며, 클라우드 업체인 Loud Cloud도 창업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 둘은 2007년 Opsware를 HP에 $1.6B에 매각한 뒤 VC 업계에 뛰어들었죠. Ben Horowitz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는데요, 국내에서도 유명한 하드씽(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과 최강의 조직(What you do is who you are)입니다.
  • a16z는 창립 후 처음 결성한 펀드(Fund I)에서 투자한 Skype가 불과 2년만인 2011년 Microsoft에게 $8.5B에 매각되면서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그러나 이후 펀드들의 실망스러운 실적이 공개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죠. 2019년 a16z의 LP 중 하나가 제공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펀드 대부분이 S&P 500과 비슷하거나 그마저도 못 미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후 소위 대박 난 딜들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Coinbase IPO를 통해 VC가 단일 회사로부터 거두어들인 최대 수익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a16z 펀드별 수익률 비교 (vs. S&P 500)
  • a16z의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Airbnb, Facebook, GitHub, Instacart, Instagram, Lyft, Pinterest, Twitter, Slack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 68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이 중 상장하거나 M&A가 된 포트폴리오도 여럿 존재합니다.
  • a16z는 web3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도 유명합니다. web3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로서 2020년대 초 crypto 붐을 주도했다는 평이 있죠.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web3 분야에 투자해 왔으며, Chris Dixon 파트너가 리드하는 크립토 전문 펀드 a16z crypto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4개 펀드에서 $7.6B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Coinbase, Ava Labs 등이 있습니다.
About a16z.com (Venture Capital & Investment Firm) | a16z
a16z is a venture capital firm with $35B in assets under management, founded by Marc Andreessen and Ben Horowitz. A16z invests in technology startups and entrepreneurs across multiple stages and various industries.

a16z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운영 원칙을 밝히고 있습니다.

a16z의 대담한 생각들 (Contrarian)

a16z는 스타트업과 VC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세계적인 벤처투자사입니다. 미국의 대형 펀드고 각종 미디어에서 굉장히 자주 언급되는 건 알겠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달랐기에 이렇게 유명할까요?

1) 할리우드 에이전시 스타일의 전방위적 창업가 서포트

VC의 고객은 누구일까요? 펀드매니저들은 기본적으로 LP에 높은 수익률을 안겨줘야 하기에, LP를 VC의 고객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2010년대 초반까지 실리콘밸리의 투자가들은 반드시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곤 했고, 필요시 CEO를 교체하기도 하는 등 반드시 창업가 친화적이지는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죠. 그러나 a16z는 창업가들을 고객으로 정의하고, 그들이 훌륭한 CEO가 되어 회사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이전과 다른 차원의 360도 서포트를 제공합니다. 마치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처럼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VC

a16z가 최고의 VC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가장 목소리가 큰 VC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수긍합니다. Marc와 Ben 두 창업가부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책과 아티클로써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지요. a16z는 초기부터 언론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전했고, 이후에는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트위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미디어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3)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내는 투자가

투자가는 미래의 큰 흐름을 읽고 베팅하는 존재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언뜻 생각해 보면 마치 예언자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언을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고, 심지어 돈까지 뿌리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요? a16z의 리더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확고한 관점이 있었고, 그 미래를 만들어 가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듯이요. a16z는 시기별로 어디에 주목해 왔는지 살펴봅니다.

생각 들여다보기 1. 할리우드 에이전시 스타일의 전방위적 창업가 서포트

a16z는 근간에 창업자 친화적인 철학을 깔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가장 좋은 CEO가 될 수 있고, 그들이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부족한 점에 주목해서 CEO를 갈아치울 것이 아니라, 창업가들의 강점은 보존하면서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을 벤치마킹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투자사도, 스타트업도 아닌 다소 뜬금없는 회사에 주목합니다. 바로 미국 최대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 Creative Artists Agency(CAA)를 말이죠.

About Us | CAA

“할리우드에서 그들을 빼고서는 일 진행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상이 드높은 에이전시, CAA

CAA는 배우, 스포츠 선수, 감독, 아티스트 등을 연결하며, 신규 계약 발굴, 협상 대행, 카운슬링 등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결국 일이 되게 만드는 회사입니다. 국내 유명인으로는 손흥민, 에스파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해외 유명인으로는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젠데이아, 리스 위더스푼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와 감독들이 속해 있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사람들 포함, 이름만 들어도 아는 스타들은 대부분 CAA의 고객인 셈

CAA는 에이전시 업계의 contrarian이었습니다. 기존 할리우드의 관행상 에이전시는 고객이 요청한 일을 처리하고 수수료를 받는 수동적인 역할만을 수행했지만, CAA는 고객의 성공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선제안하고 이를 전방위적으로 서포트하는 능동적인 플레이를 구사한 것이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방송업계 각 분야 전문가를 in-house로 고용하고, 업계 top talent의 네트워크 DB를 장기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에서 시도된 적 없는 수준으로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죠.

a16z는 VC업계의 CAA가 되기 위해 영혼까지 벤치마킹하기 시작합니다. Marc와 Ben은 CAA의 창업가인 Michael Ovitz와 Opsware 이사회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세세한 정보까지 들을 수 있었고, CAA의 조직 운영 방식을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벤치마킹합니다. 심지어 Michael Ovitz가 a16z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체 교육까지 진행했다고 하네요.

Why Andreessen Horowitz Models Itself After A Hollywood Talent Agency

The World’s Top VC Firm is Modeled After a Hollywood Agency
I love business stories but hate business books. A business story is somebody talking about their experiences in business. A business book…

창업가의 에이전트를 자처한 a16z는 결과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팀을 가진 VC가 됩니다. 2024년 현재 홈페이지 기준 545명 규모의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Operation팀과 back office 팀이 투자팀 대비 4x 수준으로 더 많았습니다. 주요 산업 x 기능별 전문가들을 빠짐없이 직접 고용하는 대담한 투자를 집행한 것이죠. Sequoia 등 다른 대형 VC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팀을 키워 갔습니다. 오죽하면 실리콘밸리 VC들 사이에서 “종국에는 우리 모두 a16z의 파트너가 되어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였으니까요.

조직 관점에서 다른 유명 VC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a16z
Meet the a16z Team, Partners & Advisers | a16z
Get to know the members of the a16z team and learn more about the dynamic crew of innovators and experts leading the future of investing.

12개의 섹터와 17개의 기능으로 구분된, 끝나지 않는 People 페이지 스크롤…

단순히 양만 늘린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한 지원의 범위와 질 또한 전에 없던 수준으로 격상시킵니다. 채용 서포트가 대표적인데요, 기존의 실리콘밸리 VC들도 포트폴리오 회사의 채용을 도와 왔기 때문에 새로운 컨셉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가장 임팩트 있다고 여겨지는 C-level의 교체 및 신규 채용만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a16z는 펀드 설립 직후인 2009년부터 리크루터 팀을 운영하며 개발자, 디자이너, PM 등 세부 직무 레벨의 채용을 지원해 왔습니다. a16z의 리크루터들은 Top Talent들이 누구이고 지금 어디에서 일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커리어 골은 무엇이며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세세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제일 적절한 시점에 적합한 포지션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Forbes Q and A With Andreessen-Horowitz’s Secret Agent
Shannon Callahan discusses the Valley’s war on talent, plans to build the definitive geek database and whether Sand Hill headhunters need fear for their jobs.

a16z 리크루터의 인터뷰 내용

a16z는 CAA 모델을 통해 VC업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른 VC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에 최고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더 큰 성과를 더 빨리 달성할 수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펀드 수익률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1) Selection Effect: 스타트업이 펀드레이징을 위해 VC에서 피칭하는 것처럼, a16z도 창업가들에게 왜 우리에게 투자받으면 좋은지 Reverse Pitch를 합니다. 이 Reverse Pitch의 핵심 논거가 바로 방대한 운영 지원책인 것이죠. a16z의 돈에는 제품, 채용, 마케팅, 재무, 사업개발 등 운영 노하우와, 실질적인 서포트를 줄 수 있는 조직이 함께 딸려 온다는 겁니다. 투자받기 좋은 VC라는 브랜드가 구축되고 나면 좋은 딜이 알아서 찾아오기도 하고,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딜을 따 내기도 유리해집니다. a16z의 홈페이지에도 이러한 자부심을 담아 “우리는 스타트업의 최고의 동반자이기에, 다른 VC들과 밸류에이션 경쟁을 하지 않아도(=비슷하거나 낮은 밸류를 불러도) 딜을 성공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We Play to Win

“Our culture only matters if we are important. In order to be important, we must win. We believe that we are the best firm in the world to do business with and we expect to win. When we engage in a deal, we present the firm in the best light, call on every resource to help, and do whatever it takes to win.

We are the best firm, so we expect to win with an equivalent or lower offer than anyone else bidding. Therefore, we do not win by arbitrarily overpaying. Having said that, our strategy is to invest in the best companies, not get the best bargains.”

(Source: a16z homepage)

2) Value Add Effect & Operational Efficiency: 실제로 a16z가 스타트업에 유효한 서포트를 제공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실적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더 큰 회사가 되거나, 더 빠르게 성장하겠죠. 정말 그렇게 된다면 펀드의 IRR이 제고될 것이고, 이는 추후 펀드레이징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관리보수만으로도 매년 막대한 고정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in-house operation 전문가들의 인건비를 충당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죠.

a16z의 portfolio support flywheel

[조금 다른 생각]

a16의 에이전시 모델 플레이는 VC 업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들은 VC는 컨설턴트도, 사업 조직도 아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잘 투자하고 잘 회수하는 “투자가”로서의 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a16z의 저조한 펀드 수익률을 들기도 하죠. Flywheel이 이론상으로는 참 아름답고 좋은데, 본질에 집중하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수익률이라는 KPI가 애매하지 않냐는 것이죠.

VC가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value add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잘 될 회사들은 어차피 잘 될 거고, 안 될 회사들에 리소스 투자해 봤자 안 된다는 거죠. 백 번 양보해서 사람 소개해 주는 등의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행위 정도만 의미가 있지, a16z처럼 직접 고용하고 외부 네트워크 미친 듯이 동원해서 전방위적으로 서포트하는 행위는 사실상 스타트업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임팩트가 없다는 겁니다.

생각 들여다보기 2.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VC

The Unauthorized Story of Andreessen Horowitz
Why media whisperer Margit Wennmachers is going direct.

VC의 핵심 역량은 결국 브랜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잘 갖춰지면 펀드레이징도 쉽고, 딜도 알아서 찾아오고, 엑싯도 쉽기 때문에 크고 유명해진 VC는 망할래야 망할 수 없다는 것이죠. 지금에야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a16z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대단했던 점은 미디어가 브랜드 구축에 있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처음부터 잘 알고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는 것이죠.

a16z는 2010년 기술 분야의 홍보를 담당하는 최고의 회사 중 하나인 OutCast Communications의 공동 창립자 Margit Wennmachers를 Operating Partner 겸 Head of marketing/content로 영입합니다. 영입의 첫 번째 배경은 마케팅과 PR에 능하지 않았던 tech founder들을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PR 지원이라는 컨셉이 당시로서는 생소했음에도, 기술과 제품에 대해서는 탁월하지만 소위 말발은 좀 떨어지는 창업가들은 큰 도움을 받습니다. Jawbone의 창업자 Hosain Rahman이 Margit의 도움으로 커뮤니케이션과 피칭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죠.

Margit을 영입한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a16z 자사의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녀는 정계와 연예계에서나 쓰던 전략을 차용해 미디어 채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정보와 내러티브들을 모으는 한편, 기자들의 취재원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보를 직접 전달해 주며 호감을 쌓습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기자, 포트폴리오 회사, 그리고 a16의 파트너들과 함께 살롱 스타일의 만찬을 정기적으로 주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나 PR 담당자들이 너도나도 Margit을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워를 얻게 된 것이죠.

이러한 메이저 언론 네트워크 위에 Margit은 적절한 콘텐츠를 게제함으로써 a16z의 리더들을 차세대 비저너리로 포지셔닝하여 대세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2011년에는 WSJ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를, 2015년에는 The New Yorker에 “Tomorrow’s Advance Man”을 기고할 수 있도록 판을 세팅한 덕에 Marc Andressen은 명실상부 실리콘밸리의 최대 오피니언 리더의 자리에 오릅니다.

일부 관계자들이 “Margit이야말로 a16z의 제 3의 창업가”라고 평가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a16z는 기성 언론 채널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speaking directly”, 즉 대중과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2021년 자체 테크 미디어 플랫폼 Future를 런칭했죠. 비록 트래픽 저조로 2022년 10월 이후 발행을 중단했지만(일각에서는 심플하게 너무 재미없어서 망했다고 혹평하기도 합니다…), 이후로도 굴하지 않고 a16z 홈페이지에 아티클을 게제하고, 유튜브팟캐스트를 올리는 방식으로 직접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 갑니다.

Future | Understand the Future and How to Build It
Future explores how technology is transforming our world—from crypto and biology to gaming and social networks.

하필 이름 때문에 발행 중단 이후 더더욱 놀림거리가 되어 버린 Future (Future에는 미래가 없다며…)

이와 더불어 a16z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도 계속해서 이어 나갔습니다. 대표적으로 한 때 기대를 잔뜩 모았던 Clubhouse에 대해 1년 동안 시리즈 A부터 시리즈 C까지 세 차례의 라운드를 주도하는 한편, Clubhouse에서 정기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뉴스레터 플랫폼인 Substack의 2019년 시리즈 A와 2020년 시리즈 B 라운드를 모두 주도했습니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웹사이트 플랫폼인 Beacons의 시드 라운드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다른 생각]

일부 사람들은 a16z가 언론을 장악하는 전략이 내러티브를 통제하는 관점에서 효과적이기는 하나, IT 산업을 견제하는 독립 언론의 긍정적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비판합니다. 독립 언론사가 정보에서 배제됨으로써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생태계의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입맛에 맞는 내러티브만을 유통시키거나 비판적인 기사를 막고 역대응하는 전략은 사회가 기술 기업을 온전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생각 들여다보기 3.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내는 투자가

a16z는 소프트웨어, 바이오, 크립토 영역에 순차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매 시기마다 해당 영역이 왜 유망하며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확고한 관점을 밝혔고, 이에 맞추어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체계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Marc Andreessen은 2011년 WSJ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글을 기고합니다. “Facebook, Twitter 등 신생 인터넷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치솟는 이 상황이, 마치 또 하나의 닷컴 버블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혁신은 진짜이며, 자신들은 거대한 투자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답합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More than 10 years after the peak of the 1990s dot-com bubble, a dozen or so new Internet companies like Facebook and Twitter are sparking controversy in Silicon Valley, due to their rapidly growing private market valuations, and even the occasional successful IPO. With scars from the heyday of Webvan and
Pets.com still fresh in the investor psyche, people are asking, “Isn’t this just a dangerous new bubble?”

I, along with others, have been arguing the other side of the case. (I am co-founder and general partner of venture capital firm Andreessen-Horowitz, which has invested in Facebook, Groupon, Skype, Twitter, Zynga, and Foursquare, among others. I am also personally an investor in LinkedIn.) We believe that many of the prominent new Internet companies are building real, high-growth, high-margin, highly defensible businesses.

(…)

I’m privileged to work with some of the best of the new breed of software companies, and I can tell you they’re really good at what they do. If they perform to my and others’ expectations, they are going to be highly valuable cornerstone companies in the global economy, eating markets far larger than the technology industry has historically been able to pursue.

Instead of constantly questioning their valuations, let’s seek to understand how the new generation of technology companies are doing what they do, what the broader consequences are for businesses and the economy and what we can collectively do to expand the number of innovative new software companies created in the U.S. and around the world.

That’s the big opportunity. I know where I’m putting my money.

소프트웨어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확신을 담은 이 글은 크게 화제가 되며 a16z의 방향성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후 투자했던 Okta, Twitter, Airbnb, Stripe, Foursquare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소프트웨어 투자사로서 명성을 쌓게 됩니다.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 Andreessen Horowitz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More than 10 years after the peak of the 1990s dot-com bubble, a dozen or so new Internet companies like Facebook and Twitter are sparking controversy in Silicon Valley, due to their rapidly growing private market valuations, and even the occasional successful IPO. With scars from the heyday of Webvan…

Biology is eating the world!

이후 a16z는 바이오 분야에 주목합니다. 2015년에는 $209M 규모의 첫 바이오 펀드를 결성하고 디지털 의료기록 사이트인 Ciitizien, 만성질환 치료 회사 Omada Health, PatientPing에 투자합니다. 이후 2017년에도 $463M 규모의 두 번째 바이오 펀드를 결성하고 “Biology is eating world”를 내세우며 바이오 투자를 이어 갑니다.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는 표현이 퍽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Biology is Eating the World: A Manifesto | Andreessen Horowitz
We are at the beginning of a new era, where biology has shifted from an empirical science to an engineering discipline. After a millennia of using man-made approaches for controlling or manipulating biology, we have finally begun using nature’s own machinery—through biological engineering—to design, scale, and transform biology. Our ability to engineer biology will fundamentally…

Read Write Own: Building the Next Era of the Internet

About - a16z crypto
a16z crypto is a venture capital fund that has been investing in crypto and web3 startups — across all stages — since 2013.

a16z는 2018년 $350M 규모의 크립토펀드 설립을 통해 섹터 집중 펀드의 계보를 이어 갑니다. 비투기적 use case를 지닌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crypto winter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유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Crypto 분야에 이정도 규모의 큰 펀드를 조성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죠.

a16z crypto를 이끄는 Chris Dixon은 웹 보안 회사 SiteAdvisor와 상품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는 Hunch를 공동 창업하였고, 각각 McAfee와 eBay에 매각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본래부터 탈중앙화나 개방된 네트워크라는 컨셉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일찌감치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a16z의 crypto 투자를 리드하며 운용자산을 $7.6B 규모까지 확대하였으며, 2020년대 초반의 web3 붐을 멱살잡고 캐리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a16z는 crypto 분야에서도 오피니언 리더로 나섭니다. Chris Dixon은 꾸준히 web3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 왔으며, 특히 2024년 1월에는 Read Write Own: Building the Next Era of the Internet을 출간해 인터넷의 미래를 재편할 블록체인의 힘과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a16z 홈페이지의 첫 랜딩 페이지에 일부 내용이 게재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밀고 있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 점은 web3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도 담겨 있지만, 인터넷의 미래는 이렇게 발전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도 역설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web3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a16z는 올바른 영역에 투자함으로써 기술로 인한 미래를 앞당기는 참여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들의 cultural value 중 하나인 “We believe in the future and bet the firm that way”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는 경우가 있고요.

a16z가 창업 당시 CAA뿐 아니라 J.P. Morgan도 벤치마킹했다는 사실도 이 부분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907년 공황 당시 J.P. Morgan은 직접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금융위기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갔죠. 결국 a16z의 리더들이 미래를 읽고, 미디어를 통해 이를 알리고, 투자를 통해 미래를 앞당기는 이 모든 행위는 기술 투자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자본으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다른 생각]

일각에서는 a16z가 본질적으로 좋은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내러티브 확산을 통해 hype을 형성한 뒤 차익을 실현한다고 비판합니다. VC가 돈을 버는 방법으로 크게 (1) 근본적으로 우수한 사업에 투자해서 육성하는 방식과, (2) 우선 투자한 다음 Hype을 형성시켜서 valuation을 뻥튀기시킨 뒤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 있는데, a16z는 후자의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a16z가 팟캐스트, 뉴스 아티클, 유튜브 등을 활발히 운영하는 것도 hype을 형성하기 위해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함이라고 보는 거죠. “a16z는 본질적으로 VC 사업모델로 돈을 버는 미디어 회사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방법은 저금리 시대에만 작동하는 반쪽짜리 playbook이라고 비판합니다. LP들로부터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hype의 시기에만 가능했다는 것이죠. 예컨대 Clubhouse는 2021년 1월 $1B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지 불과 3개월 뒤 또 한 번 $4B valuation에 투자를 받습니다. 두 번 모두 a16z가 리드 투자사였지요. 그러나 2022년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84%나 감소하고, 2023년 3월 기준 20여명의 리더가 회사를 떠나고, 이후 절반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초반 hype이 무색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Andreessen Horowitz saw the future — but did the future leave it behind?
Disruptors, disrupted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
본 아티클은 2024년 1분기에 진행한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1기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20개의 VC들을 선정해 그들이 어떤 전략을 펼쳤는지 70여명의 참가자와 함께 4주간 하루에 하나씩 공부했습니다.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최고의 VC는 무엇이 다를까요? 이름은 들어봤지만, 철학과 전략은 잘 모르지 않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