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2기 리뷰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2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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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VC 리서치 클럽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무려 21개나 되는 해외 VC를 매일 들여다 보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반박, 그리고 또 반박

벤처캐피탈 업계는 단기적으로 보면 그 구도가 공고해보이지만 10년 정도로만 스케일을 넓혀도 끊임없이 뒤집히는 산업입니다. 스터디를 통해 본 21개의 VC들은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길지 않은 50여년의 역사 속에서도 끊임없이 기존 질서를 반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산업의 구도를 엎었습니다. 그리고 산업이 점점 더 고도화되고 경쟁이 격화 될수록 그 변화의 압력은 더 커지는 듯 합니다.

21개의 VC는 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스토리에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주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난 스터디 내용들을 리뷰하며 몇 개의 축을 통해 플레이어의 구도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여 배치한 것이라 다른 의견이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레거시 vs 영스터

저희는 1960년대 그레이락에서 태동하고 1970년대 현대의 VC 개념을 발족시킨 세콰이어와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출발하여 닷컴 시기, 모바일 시기를 지나 2010년대에 설립된 그린옥스, 굿워터, NfX까지 들여다보았습니다.

VC업의 시초 개념을 수립한 그레이락을 지나, 세콰이어와 클라이너 퍼킨스는 1972년 현대적인 벤처캐피탈의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벤처캐피탈 산업을 만든 장본인들이기에 자연스럽게 시장의 top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쇄신의 관점에서 승계를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하고 끊임없이 변화해온 세콰이어는 아직도 업의 최상단에 위치해있지만, 클라이너 퍼킨스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는 와중에 몇 가지 경영적 선택들로 인해 자리를 비켜준 상황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만들어진 인덱스와 알토스는 각기 벤처캐피탈의 개념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했습니다. 인덱스는 1990년대부터 유럽 스타트업 씬의 부흥을 이끌었고, 알토스는 2000년대부터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을 함께 했습니다.

벤치마크나 USV는 '균등한 분배', 'thesis-driven' 같은 기존의 VC들과는 다른 운영원칙을 내세우며 내러티브를 이끌었습니다. 2000년대에 등장한 파운더스 펀드, 코슬라 벤처스, a16z는 창업자와 공생하는 새로운 방법론들을 제시해왔죠.

2010년 전후 등장한 VC들은 VC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듯 합니다. NfX, 굿워터는 데이터와 프로덕트가 VC 산업 내에서도 효용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려 시도했고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린옥스나 thrive capital은 구제금융이나 바이아웃, 인큐베이팅 같은 금융 모델을 VC 씬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2) VC는 시스템화 될 수 있는가?

벤치마크, USV, 알토스는 심사역의 역량, 판단과 Teamship을 통한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은 모든 팀원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각자만의 철학을 공고히 합니다. 팀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역량과 그들의 시너지가 중요하기에, 팀의 사이즈를 작게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는 중세시대와 같이 장인정신과 도제식 문화를 통한 승계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반면 헤지펀드/PE 쪽에서 넘어온 타이거글로벌, 코아투, DST는 체계화된 시스템 하에 팀과 운영 원칙을 구성합니다. 팀의 규모는 크게 설정되는 경향이 있고,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회사의 시스템을 통해 투자 성과를 유지시키고자 합니다. 또 a16z는 에이전시 모델을 벤치마킹 해 600여명을 인하우스로 고용하며 새로운 형태의 대형 기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규모의 성장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손정의라는 개인에 대한 의존도를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산업화를 지향하며 확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였고, 새로운 리더쉽 마문 하미드는 back to the future를 선언하며 craftmanship을 지향하는 기업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3) 크면 클수록 좋다?

위와 같은 운영 원칙은 VC가 추구하는 사이즈와도 결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은 팀을 지향하는 벤치마크, USV, 알토스는 펀드 사이즈의 크기를 늘리는데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큰 펀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도 본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정한 사이즈의 펀드를 만들고는 합니다.

반면 전세계 최대 사이즈의 펀드를 만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가는 곳들도 있습니다. 100Bn 사이즈의 펀드 크기를 달성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필두로 타이거글로벌, DST, 코아투 같은 그로쓰 특화 펀드들은 수십Bn 사이즈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타이거의 케이스와 같이 대형화 마인드셋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콰이어나 인덱스는 VC 스테이지에서부터 출발하지만 그로쓰 혹은 글로벌로 확장하며 거대한 펀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a16z와 제네럴 카탈리스트는 침체장에서도 대형 펀드를 조성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자본적 힘과 함께 전파하는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린옥스와 같이 아직은 AUM이 크지 않지만, 전 세계 최대 규모를 꿈꾸며 이제 막 달려가는 유망주들도 있죠.

4) 투자는 직관적으로 혹은 분석적으로?

VC들 간에는 투자 판단을 하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파운더스펀드는 창업자라는 사람에 대한 판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환경과 같은 급변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런 저런 분석을 들이미는 것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죠. 비전펀드는 팀원들의 여러가지 분석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손정의의 직관적 판단에 의해 투자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반면 VC의 투자판단도 방대한 리서치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믿는 곳들도 있습니다. 굿워터나 NfX는 산업과 기업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타이거글로벌은 매크로 인덱스에 가까운 헤지펀드적인 투자기법을 벤처 씬에도 도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린옥스는 적은 팀원이지만 체계적인 리서치와 모델링을 통해 좋은 회사를 발굴하는 방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USV나 세콰이어는 창업자 등 정량화되기 힘든 요소에 대한 직관적 판단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투자 thesis나 각 산업에 대한 관점 등 본인들의 탑다운 투자 판단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5) 손 좀 빌려줘 vs 손 떼는게 돕는거야

VC의 경영 참여 및 개입 여부는 업계 내에서도 첨예하게 포지션이 갈리는 영역입니다.

제네럴 카탈리스트나 쓰라이브 캐피탈은 참여의 수준이 아니라 컴퍼니빌딩을 통해 기업가와 자본가가 동행하여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통적인 VC로 분류되는 세콰이어, 클라이너 퍼킨스, 벤치마크는 투자한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투자자로서 이사회에 앉는 것과 실제로 경영참여를 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창업자를 갈아치우는 것조차 거리낌이 없죠. 예를 들어 벤치마크는 문제가 많은 우버의 창업자 캘러닉을 쫓아내기도 했고, 너무 잘하고 있었지만 더 빠른 성장을 위해 이베이에 co-CEO를 앉히기도 했습니다.

파운더스 펀드는 창업자를 100% 신뢰합니다. VC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타이거글로벌은 금융 시장의 수급을 주로 고려하는 모멘텀 투자기법에 가깝게 투자하기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코슬라 벤처스는 '자격 있는 투자자'가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적합한 조언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 창업자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믿고 지지합니다.

Why 글로벌 VC?

많은 스터디원분들이 언급하신 세바스찬 말라비의 저서 '투자의 진화(The Power Law)'의 서문에는 벤처캐피탈을 아래와 같이 평가합니다.

'경제학자들은 ... 시장과 기업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 있는 벤처캐피탈 네트워크에는 관심을 덜 가졌다. 그럼에도 벤처투자자들은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 ... 벤처투자자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은 대단한 성과를 내면서 사람들이 일하고, 사교활동을 하고, 쇼핑을 하고, 스스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정보에 접근하여 그것을 다루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고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았다.' (p.27)

벤처캐피탈은 시장과 기업의 중간지대에서 자본재배치의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과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비록 최초의 벤처캐피탈 컨셉이 고안된 지 50여년 밖에 안 된 짧은 역사의 산업이지만, 벤처캐피탈과 그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세상에 미치는 임팩트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은 자명한 것 같습니다. 이들이 벌어가는 돈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스타트업과 궤를 같이 하는만큼 벤처캐피탈 산업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다루는 산업, 기업, 테마, 지역이 항상 새로 등장하고 변화하기에, 벤처캐피탈 업의 생김새는 레거시를 반복하고자 하는 흐름과 기존 질서를 반박하는 흐름의 충돌 사이에서 늘 변해 왔습니다.

벤처캐피탈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을 기민하게 읽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여러 환경에서의 VC들의 Contrarian move를 현재에 대입해보며 미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돈의 경계가 여러 의미로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은 실시간에 가깝게 국내의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국내 VC/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어떤 '대담한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