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은 AI가 한다, 그럼 창업자는 뭘 해야 하나
Product의 시대에서 Distribution의 시대로 전환 중입니다.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점차적으로 좋은 제품을 평가하던 프레임워크에서 좋은 유통으로 바뀌면 Valuation 로직은 어떻게 바뀔까요?

부쩍 다양한 컨텐츠들을 통해서 피터틸이라는 사람이 재조명 받은 것도 맞지만 AI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정말로 무지막지해지기만 하는 기업인 Palantir의 재조명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Palantir의 무서운 지위는 강력한 해자와 그 독점성으로 인해 점점 더 깊어만 지고 있고요. 자신의 철학이 담겨 있는 Zero to One 책을 그대로 따라서 경영을 해온 결과를 저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저희가 해야하는 것은 그냥 Palantir라는 회사가 강력하다는 인상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어디에 초점을 두고 운영할 것이냐의 사고 전환을 더더욱 해볼 타이밍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느끼는 Palatnir라는 회사의 진정한 지위는
IT, AI Friendly하지 않은 매출, 순이익 규모가 큰 기업이 생산성, 효율성, 미래 변화를 위한 대비를 하기 위해서 용역을 맡길 유일무이한 회사.
미국 정부라는 고객부터 시작해서 BP, Airbus 등 정말 전통적이고 큰 조직들에 대한 독보적인 트랙 레코드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낸 유일한 AI Transition 파트너입니다. 결국 피터틸이 Zero to One에서 이야기한 독점을 완성했습니다.

과거의 흐름에서 미래를 읽어보자면
사실 창업가들에게 세대를 거쳐 가장 영감을 주는 창업자가 바뀌어 오는 것은 반복되어온 사이클입니다. 멀게는 빌게이츠부터 내려오지만 30대인 제가 알게된 맥락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스티븐잡스부터 시작을 지켜봤습니다.

이 사이클에 따라 기업이 쌓으려고 하는 해자의 종류도, 창업자가 집착하는 영역도 달라져 온 것 같습니다.
1. 디자인과 UX에 집중하여 고객을 리드하는 멋진 선지자의 모습
2. 네트워크 효과와 그로스해킹에 집중하여 빠른 실행 반복과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돋보이는 창업자
3. 스케일과 First Principle에 대한 집착과 무지막지한 목표와 엄청난 허슬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제품 출시로 시장을 움직이는 모습

이런 창업가의 모습들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기에 분명히 벤치마킹하기에도 유리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유리합니다. 그런데 끊임없는 변혁과 혁신이 기회인 스타트업 씬에서 시대정신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면 좋을까요?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제품 약화론
2010년대에 공대를 나와서 컴퓨터과학과 친구들이 많던 저에게는 사업적 역량이 뛰어난 스타트업이더라도 좋은 IT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팀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좋은 IT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자와 상세한 기술스택이 아닌 문화, 커리어 등등 여러 조건을 맞춰야만 뛰어난 사람들과 이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조직을 꾸리는 것 자체가 모바일 시대의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고 해자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을 만들어낼 확률이 있는 팀들은 기업가치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20~30대 5명이 모이는데 왜 수십억짜리 기업으로 초기VC들이 투자하나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실제로 차이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후행 지표로써 MAU, CAC 같은 보조 지표들이 붙어서 모바일 시대의 기업가치는 여러가지 방법론으로 해석되었는데, 그 근간에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팀이 희소하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진정으로 SSG.com이 쿠팡과 비슷한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만 요새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소식이지만 AI 기술의 발전은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데 따르는 경쟁력 격차를 크게 허물었습니다.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시대
오히려 좋아!
어차피 스타트업의 본질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고객을 만족시켜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영업이익을 남기면서 법인의 존재 의의를 다지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제품에 집중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고객에게 더 가까운 문제들을 풀게 되는 시대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결국 모두에게 효용을 주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클라우드라는 기술이 나오면서 생겨난 스타트업씬을 한동안 먹여살렸던 산업은 B2B SaaS 비즈니스였습니다.
B2C에 치중 되어있던 스타트업 씬의 영역을 엔터프라이즈로 넓히면서 다양한 방법론들이 확장되고 개발되었는데요. 그러면서 수 많은 스타트업과 관련된 경영방법론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왔습니다. 사실 Facebook의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수는 제약이 있는데 B2B 산업은 너무나도 넓기에 경쟁하지 않고 다양한 경영 방법론들이 나왔습니다. 아래 글에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그마치 2022년에 쓴 글인데 지금 현실로 다 이뤄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그 틈바구니 속에서 특히 집중하면 좋을 내용은 Go-To-Market이라는 개념입니다. 통칭 GTM이라고 많이 불리는데 결국 어떻게 시장에 나가서 고객들과 맞닿을 것이냐 어떻게 고객을 규모 있게(!) 획득할 것 인지를 표현합니다.
요새 조금 더 핫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Distribution입니다. 결국 내가 만든 제품을 어떻게 유통해서 고객에게 맞닿게 할거냐.
Distribution이 미래의 제품(해자)?
AI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제품을 잘 만들면 만들어진 제품의 기능, 브랜드, 연동 파트너 등이 그 자체로 스타트업의 해자가 되어 줬지만 이제는 아니라면 뭐에 집중해야할까요? 고객 접근 방법론에 집중해보는게 어떨까요?
유통과정 자체를 해자로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아래는 채널톡의 최시원 대표님이 작성해주신 글인데 너무 절절해서 굉장히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Product가 전부가 아니라 미래에는 하나의 성장 방법론이라고 인식하는게 효과적인 기업 성장에 도움될 사고 프레임워크로 보입니다.

집중할 만한 Distribution은 뭐가 있는데?
AI 때문에 사실 Distribution 트렌드도 굉장히 빠르고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는
제품 사용성 중심의 성장 (Product-led-Growth)
고객 영업 중심의 성장 (Sales-led-Growth)
커뮤니티 중심의 성장 (Community-led-Growth)
컨텐츠 중심의 성장(Contents-led-Growth)
Paid 마케팅 중심 (Paid-led-Growth)
파트너 중심의 성장 (Partner-led-Growth)
등 다양합니다.
사실 어차피 과거에도 성장하는데 다들 방법론이 있었고 미래에도 있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마주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으로 기업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객 획득방법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얼마나 잘하는 기업인지를 살펴보고 파악하기 위한 선행 지표로써 Distribtuion에 대해서 다들 더 공부하고 알게되는 시장일 것입니다.
원래 기업 가치의 본질 순으로 따져보자하면
- 자산 가치
- 연간 순영업이익
- 연간 매출
- MRR(월간 반복 매출), ARR(연간 반복 매출)
- MAU, DAU, CAC, LTV - 다양한 보조지표들
- 기술 특허
등 점점 손에 잡히는 이미 획득한 가치에서 부터 점점 미래가치로 그 축이 이동합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투자를 하는 VC들은 어차피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획득할 가치를 계산해서 투자 해야 하니 새로운 지표나 힌트들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이 관점에서 앞으로는 어떤 유통, GTM 방법론을 기업이 택하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노하우가 쌓이고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 우월한지 등등을 살펴보게 되는 시대를 체감해야 합니다.
Distribution을 잘한다는 것은 뭔가요?
일단 맨 위에서 말한 Palantir는 미국 정부에 대한 용역부터 시작해서 제품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켜서 결국 가장 믿을만한 AI 파트너가 되어서 엄청난 매출을 내고 기업가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 입장에서는 참고 가능한 방법론이 아니다 보니 더더욱 무력감이 커지는데 정말 피터틸은 독점의 전문가 같습니다.
PLG는 원래 모두가 관심을 갖던 영역이니 새로운 기업들을 몇 개 조명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AI 바이럴
Cluely라는 바이럴을 중심으로 유통을 타겟하고 있는 기업이 요새 핫이슈죠.
AI 치팅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교 퇴학
-> cluely 창업 및 시드 투자유치
-> 치팅을 주제로 한 영상으로 업계 내 바이럴
-> a16z 투자유치 후 대학생 인턴 50명 채용 후 미칠듯한 숏폼 뿌리기
-> 타임스퀘어에 광고

기업이 본질이 있느냐를 떠나서 바이럴에 대한 엄청난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고, 그런 노하우를 배우고 싶고 능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이 조인해서 엄청 도와주고 있을테니 결국 어느 순간 시스템이 되고 자산이 될 수 있는 미래도 오지 않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플레이 자체는 이해되지만, 본인들의 제품을 연결해서 파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차라리 다른 제품들을 바이럴 해주면서 그걸 같이 풀어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B2B 인바운드 마케팅
스낵 24, 조식 24, 생일24 등 수 많은 기업 복지, 운영 관련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위펀입니다. 현재 메인 화면에만 해도 운영되는 서비스가 3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나에만 집중해서 성공하는게 스타트업 아닌가? 라고 생각될 수 있는데 이건 '제품' 중심적 사고관이고 실제로 위펀의 경쟁력을 하나로 축약하자면 다양한 롱테일 니즈를 해결하고 싶을 때 해결사처럼 등장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기업 복지, 운영 담당자에게 노출되어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 타이밍과 과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있습니다.
2021년 시리즈 A에 투자를 하고 관계를 가져오고 있는 저도 항상 대표님을 뵐 때마다 배우는게 너무 많은데 투자 당시에 사내 과자에 대한 챌린지, 조식에 대한 챌린지를 했던 투자자라면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회사 안에서 엄청나게 체계화되고 관리되는 단 1개가 있다고 한다면 고객에 대한 분류, 접근법, 획득 방법론 등에 대해서는 프로 중의 프로라고 느꼈고 그 관점은 결국 성과로 돌아 왔습니다.

오히려 제품에 강점이 아닌 고객 접근법, 유통에 강점이 있으니 결국 수 많은 서비스와 일들을 해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픈소스 중심의 Distribution
요새 AI 때문에 특히 상세히 살펴봐야 하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AI의 발달 때문에 고객들이 IT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된 범주가 늘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사용을 고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Github-led-Growth, Langchain-led-Growth 로 볼 수도 있겠네요.
n8n
AI 자동화를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n8n이라는 서비스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Zapier처럼 다양한 툴들을 연결해서 자동화를 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을 Github로 다운로드 받으면 공짜로 사용 가능합니다. 무려 즐겨찾기를 한 사람들이 10만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저도 결국 n8n을 사용하지만 Cloud 요금제로 본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관리 공수를 들이는 대신 돈을 지불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n8n에 팀내 워크플로우를 많이 겹합해서 너무 중요해서 무조건 내재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다 다운로드해서 직접 내부 서버에서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AI Native한 업무환경에서 더더욱 빛나는 방법론입니다. 저처럼 이렇게 공짜로 칭송해주는 사람들도 늘고 말입니다.
Ghost
여러분들이 글을 보고 있는 Ghost라는 블로그도 똑같은 구조인데요.

심지어 ARR 매출까지 공개해놨습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1억 다운로드, 깃허브 즐겨찾기 5만건, 고객사 27,000개 입니다. 참고로 저희팀도 매년 100만원 이상을 내고 그냥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접 개발하고 관리하느니 여기서 출시해주는 신기능들을 실시간으로 안정적으로 적용받고 싶어서 입니다.
그러면 유통, GTM을 어떻게 해야하는데?
다시 ARR로 이야기가 빠지기 전에 마무리하자면 결국 ARR 조차도 후행지표고 어떻게 고객을 확보할 것이고 규모를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고객을 모으고 만족시킬지 고민하는 기업가들이 성공하기 좋은 시대가 바로 AI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고 위펀이 B2B 인바운드로 확보한 고객들에 대한 노하우와 시스템을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펀이 AI를 이용해 무언가를 파는 미래가 그려집니다.
마치 MAU, DAU에 대한 이야기가 스타트업 창업자 레벨에서 정설이 된 이후로 투자자들이 MAU를 물어보고 다니는 것 처럼, 이제는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인 Distribution, GTM에 대해서 창업자 분들이 고민하고 해자화 하는 기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로 인한 유통, GTM의 변화를 추적해보고자 합니다
AI는 대체 고객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어떻게 바꿀까요? 이 주제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는 별도의 공간에서 풀어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제가 운영하는 Re:Builder를 통해 더 다양한 실험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혼자 생각을 끄적이는 무대는 아닐 것 같고, 어차피 미래를 다 같이 만들어나가야 하다 보니 다양한 실험들을 만들어가는 무대로 키워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