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Coatue

깐깐한 헷지펀드가 유연하게 확장을 거듭해 VC가 된 건에 대하여. Tiger Global과 함께 보면 더 좋습니다!

9일차: Coatue

Coatue Highlight

  • Coatue는 1999년 상장 기술주에 투자하는 헷지펀드로서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점차 growth 및 early stage의 비상장 주식에도 투자하는 crossover fund입니다. AUM도 여타 VC pureplayer들 대비 훨씬 큰 $70B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앞서 공부한 Tiger Global과 함께 묶여서 언급되기도 하고, 때론 서로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 창업가인 Philippe Laffont은 MI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McKinsey Spain을 거쳐, 1996년에는 Tiger Management에 조인해 telecom 주식 Analyst로 근무합니다. Tiger Management를 운영했던 전설적인 투자자 Julian Robertson의 밑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인재들이 만든 헤지펀드들을 일컫는 '타이거컵'의 일원입니다. (Tiger Global을 설립한 Chase Coleman도 마찬가지고요.)
줄리아 로버트슨의 후계자들인 '타이거컵'은 전 세계 헤지펀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그룹
글로벌 헷지펀드를 주름잡는 그룹 Tiger Cubs
  • TMT(Technology, Media, Telecom)섹터에 집중하여 Apple, Facebook, Uber, Snap, Slack 등 다수의 기술 기업에 투자해 왔습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도 다수 투자했으며,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Tencent, Bytedance, Ant Group, Meituan 등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consumer internet에 집중했으나 점차 fintech, enterprise software, healthcare, crypto 등의 영역으로 저변을 넓혀 갔으며, 최근에는 AI 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 Growth fund의 수익률은 무척 뛰어난 수준으로, 2017년과 2019년 빈티지는 각각 IRR 47%, 108%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의 코멘트에 따르면, early stage fund의 수익률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Tiger Global과 Coatue를 묶어서 "crossover fund 공룡들이 VC 투자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시도했다가 피를 보고 있다"며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Coatue's Newer Growth Funds Return More Than 45% Annually ...
Coatue growth 펀드별 IRR (vs. S&P 500, 2020년 말 기준)

Coatue의 대담한 생각들 (contrarian)

Coatue는 전통적인 월스트리트 금융권의 색채를 띠면서도, 유연하고 기술에 열려 있는 특이한 회사입니다. $70B를 운용하는 몸집이 거대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신기하죠. 그들이 걸어온 길을 톺아보며 그들의 투자 및 운영 전략을 함께 이해해 보시죠!

1) 상류로, 옆 동네로!

Coatue는 투자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상장 시장에서 비상장 시장으로, 그 안에서는 또 growth 투자에서 early stage 투자로 점차 upstream으로 확장하는 행보를 보여 왔죠. 지리적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영미권을 넘어서 중국에도 투자하며 양 사이드의 교류를 촉진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그리고 왜 확장해 왔는지 살펴봅니다.

2) 깐깐하게, 꼼꼼하게, 빡세게 투자하자!

Coatue는 선별적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자신들이 중요하는 기준에 따라 면밀하게 실사합니다. 깊이 파고들면서도 빠르게 일을 처리하죠. 그들은 투자할 때 어떻게 일하는지, Tiger Global과 대비되는 지점들도 짚어 가며 살펴봅니다.

3) 숫자 좋아하는 금융권에서 기술을 만났더니!

Coatue는 data scien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펀드로 유명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면밀히 실사하기도 하고, 자체 프로덕트도 만들고, 이걸로 창업가들의 환심을 사기도 하죠. 그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자신들의 무기로 만들었는지 살펴봅니다.

Homepage | Coatue
Coatue is a lifecycle investment platform focused on turning big ideas into world-shaping technology companies.

그들의 insight letter를 볼 수 있는 Coatue의 홈페이지

생각 들여다보기 1. 상류로, 옆 동네로!

Upstream expansion

창업가 Philippe Laffont은 McKinsey를 나올 때쯤 Microsoft, Intel, Dell 등 기술주 투자로 재미를 봅니다. 이후 "행운과 실력을 구분 못했었다"고 회고하기는 하지만, 이런 경험이 계기가 되어 월스트리트의 유명 헤지펀드 Tiger Management에 합류하게 됩니다.

Julian Robertson 밑에서 3.5년을 근무한 뒤, 1999년 $15M의 운용자산을 가지고 Coatue를 창업합니다.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consumer tech에 투자하기로 하지만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몹시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이후 Tencent와 Apple 주식으로 대박이 나면서 훌륭한 기술 기업을 식별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Private 시장으로의 진출은 Coatue가 선구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소위 "메타"가 바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늦은 편에 가까웠죠. 2000년에 Tiger Global은 러시아의 서치엔진 회사 Yandex의 투자를 시작으로 private investment에 진출합니다. 2009년에는 DST Global이 Facebook에 투자하죠. 그들은 비상장 시장에 잠재력이 아주아주 큰 회사들이 있고, 여기에 막대한 투자 기회가 있음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겁니다.

Coatue는 한참 늦은 2013년에 Sand Hill Road에 사무실을 열고 growth stage 비상장 주식 투자를 준비합니다. (a16z와 같은 건물이었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에서의 브랜드는 전혀 없었지만 월스트리트의 인맥이 두터웠던 덕에, Coatue는 클라우드 관리 시스템 Box의 구주 매각 딜로서 첫 비상장주 투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후 Coatue는 Whatsapp, Snap, Lyft 등 여러 회사에 온갖 전술들(생각 들여다보기 2와 3에서 상술 예정)을 동원해서 투자하는 데 성공하죠.

이후 early stage 진출을 본격화합니다. Early stage 투자가들은 창업팀과 오랜 신뢰 관계로 맺어져 있기에, growth stage 투자가들 대비 지분율 유지/확대에 있어서 훨씬 유리한 포지션을 쥐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서 사업개발 및 투자 경험을 가진 Matt Mazzeo, 창업 및 VC 투자 경험을 가진 Yan-David Erlich, 그리고 Facebook의 VP of Partnership이던 Dan Rose를 영입합니다.

Coatue Plans Expansion into Europe With New Office and Partner - BNN  Bloomberg
현재 $6.1B net worth를 자랑하는 Philippe Laffont

Geography & Sector expansion

2010년대 중반, Coatue는 중국 private 시장에도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상장 주식이었던 Tencent에 투자하면서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갖추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중국과 관계가 깊었던 DCM Ventures의 Tony Zhang을 영입하고, 그는 Didi, Uxin, ofo, Meituan 등의 딜을 성공적으로 이끌죠.

한 발 더 나아가서 Coatue는 "East Meets West"라는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아시아와 서양권의 테크 관계자들 및 각종 셀럽들이 모이는 자리였죠. 이를 통해 Coatue는 서양권과 아시아, 미국과 중국이라는 이질적인 두 세상을 성공적으로 이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주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2015년 하와이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중간에 중단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Coatue’s 2023 EMW Conference
Coatue’s 2023 EMW Conference

2023년 East Meets West Conference에서 사용한 장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섹터 측면에서도 점점 외연이 넓어져 왔습니다. Consumer tech에서 fintech, enterprise software, healthcare, crypto로 점점 확장되었고, 특히 크립토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였음에도 Fireblocks, OpenSea, Alchemy, Dapper Labs, Dune 등에 성공적으로 투자합니다.

결과적으로 Coatue는 다음과 같은 매트릭스상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띠게 됩니다.

투자 영역별로 담당하는 회사의 핵심 리더십들이 매핑되어 있다.

[조금 다른 생각]

일각에서는 투자 영역별로 요구되는 역량도 다르고 성공 방정식도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탈은 아예 다른 영역이고, 마치 기업으로 따지면 비관련 다각화 신사업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죠. 특히 2021년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Tiger Global과 Coatue같은 크로스오버 펀드들이 급격히 투자행위를 축소하고 밸류를 상각하는 과정에서 더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VC와 PE의 업역이 점차 겹치면서 과연 어떤 방향이 더 잘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은 그만큼 회사도 속속들이 잘 알고 창업가와 신뢰관계도 두터우니 growth & beyond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그건 어디까지나 follow-on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복잡하고 구조화된 딜을 보는 PE에서 VC로 내려오는 건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Tiger Global, Coatue, and other hedge funds tried to upend venture capital. It backfired and now they’re ‘licking their wounds,’ VCs say.
Crossover funds like Tiger and Coatue once dominated venture capital. This year, they all but vanished, and VCs say that’s a good thing.

생각 들여다보기 2. 깐깐하게, 꼼꼼하게, 빡세게 투자하자!

투자 프로세스별로 Coatue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깐깐, 꼼꼼, 그리고 빡세게 하는 금융권 회사의 모습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 주니어들 비명 지를 것 같은 느낌...)

Sourcing

Coatue는 딜을 깐깐하게 고른다고 합니다. Macro trend를 뽑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회사들이 누구일지를 스크리닝하는 방식이죠. 예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The emergence of new business models through web3.
  2. The rise of the creator economy.
  3. The introduction of historically offline businesses to online tooling.
  4. The revolution in food delivery.
  5. The enablement of e-commerce.

Tiger Global이 비상장주 시장에서 "인덱스 펀드"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그들이 방향만 정하고 무차별 샷건 쏘는 느낌이었다면, Coatue는 좀 더 한 발 한 발 조준 사격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네요.

Diligence

Coatue는 in-house 조직이 직접 리서치를 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BCG 컨설턴트 출신을 직접 고용해서 내부에 리서치팀을 직접 꾸렸다고 하죠. 이렇게 얻어진 인사이트로 산업과 회사를 평가하기도 했지만, 딜을 따내는 과정에서 창업가들에게 Coatue의 인사이트를 드러냄으로써 스마트한 파트너로 포지셔닝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Tiger Global이 아예 Bain을 고용해서 외주 준 것과 대조되는 행보입니다.

Diligence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시장을 깐깐하게 검증합니다. 업계에서 "particularly TAM-focused investor"라고 평하죠. 모든 VC가 시장을 중요하게 보지만, 상당수는 top-down으로 대략적인 규모와 성장세만 분석하는 데 그치곤 합니다. Coatue는 시장을 PE가 컨설팅펌을 시켜서 CDD를 하는 수준으로 시장을 granular하게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Datadog을 검토할 때 클라우드 관제 소프트웨어 시장만 본 게 아니라, 유사한 제품들의 침투율은 몇 퍼센트이며 IT 구매팀의 예산 배정은 일반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deep dive했다고 하죠.

Portfolio Support

VC들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영역이 바로 포트폴리오 지원에 대한 관점이지요. Coatue는 그 스펙트럼 위에서 "개입과 방치 사이 그 적절한 균형점"을 잘 취한 회사라고 평가받습니다.

Coatue는 board seat을 취하는 걸 선호하지만 창업가 친화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경영에 간섭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듯하네요. 그 외에도 후술할 자사 데이터 플랫폼 Mosaic 대시보드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Laffont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을 소개해 주고, 또 최근에는 리크루팅도 돕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완전한 hands-off를 주장하는 Tiger Global보다 많이 도와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대단히 많은 도움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게 중론인 듯합니다. 어디까지나 투자가로서, 주주로서 자신들이 어디까지 도울 것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Working mode & incentive scheme

Coatue는 전반적으로 월스트리트 스타일의 harsh하고 감정적인 피드백이 오가는, 업무의 스탠다드가 굉장히 높은 조직입니다. Term sheet을 던지고 투자금을 납입하는 모든 프로세스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창업자들의 코멘트도 있죠. 터프한 문화에 속도도 빠르니, 바짝 긴장해서 빠릿하게 일하는 professional firm의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통상적인 VC와 달리 캐리가 없고, 대신 꽤나 경쟁력 있는 수준의 base + bonus 형태의 compensation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Bonus는 개인 실적 평가에 따르기는 하지만 캐리보다 편차가 훨씬 적기 때문에, 마치 base는 매우 높지만 upside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일부 large cap PE의 scheme을 떠올리게 하네요.

이는 스타 심사역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구조이고, 실제로 훌륭한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낸 투자가들이 Coatue를 떠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조금 다른 생각]

여기까지 살펴보니 Tiger Global과 왜 유사하다고 묶이는지, 그럼에도 왜 서로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는지 알 것 같습니다. Coatue와 조금 (많이) 다른 생각을 하는 회사는 다름아닌 Tiger Global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답은 물론 없고 각자의 선택만 있을 뿐이겠지만요.

생각 들여다보기 3. 숫자 좋아하는 금융권에서 기술을 만났더니!

Coatue는 2014년경부터 데이터 사이언스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약 20명에 달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팀을 꾸리죠.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했던 private 시장에서 딜을 성공시기 위한 차별화 노력의 일환이었죠. 한편으로는 public 시장과 달리 정보 비대칭성이 훨씬 심하기 때문에 이를 더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데이터팀은 Mosaic라는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합니다. 신용카드 데이터를 파싱해서, 어디에서 어떤 구매가 일어났는지를 볼 수 있었죠. 이후에도 데이터셋을 추가로 구매하고 대시보드 기능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나중에는 잠재 고객 리스트와 그들의 예상 지출 규모, 타겟 기업의 재무 모델링, 동종 업계 벤치마크와 지표 비교 등이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Coatue 입장에서는 성능을 부풀릴 유인이 있기 때문에 실제 제품을 이용해 보고 싶은데, 계정이 있어야 액세스가 되는 것 같네요.)

회사는 Mosaic을 통해 더 좋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창업가들을 더 사로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020년에 모바일 테스팅 플랫폼 Headspin이 큰 기대를 모으며 $60M를 투자받았지만 이후 데이터 조작으로 SEC와 DOJ에게 기소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Coatue는 "Mosaic으로 분석해본 결과 그들이 공표한 지표보다 실적이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죠.

Coatue: Portfolio Manager
A platform for investors to manage their entire investment lifecycle

Mosaic의 전 lead product designer가 스크린샷 올려둬서 대략적인 look & feel은 볼 수 있네요.

[조금 다른 생각]

어떤 사람들은 Coatue의 데이터 사이언스 활용은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내지 못하는 마케팅용 표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Founder들이 처음에는 신박하니까 관심은 가지겠지만, 결과적으로 Mosaic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상적인 시도이기는 하나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는 거죠.

추가자료

AI: The Coming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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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tue: An Agile Colossus | The Gener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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