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 AI 솔루션 만드는 터키인 vs 수영장 청소 Roll-up하는 일본인

같은 전통산업, 다른 Go-To-Market. AI 시대에 실리콘 밸리가 관심없는 낡은 산업을 혁신해서 돈을 버는 창업가들

배관공 AI 솔루션 만드는 터키인 vs 수영장 청소 Roll-up하는 일본인

AI + M&A + 전통산업 = ???

AI 스타트업에게 M&A는 판을 바꿀 수 있는 GTM입니다
해자로 작동하지 않는 코드. 고객 관계와 유통망 등 오프라인 자산이 더 중요해진 AI 시대

지난 글에서는 AI 스타트업이 마주한 소프트웨어 판매의 현실적인 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Go-To-Market 전략으로 M&A를 제안했습니다. 아무리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한 AI 솔루션이라도 고객사 내부의 관성과 부족한 IT/AI 리터러시 문제로 인해 단순 도입이나 FDE 파견만으로는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AI 기술을 가진 사람이 M&A를 활용해 탄탄한 현금흐름과 오프라인 고객망을 갖춘 전통 기업을 직접 인수해 독점적인 '오프라인 해자'를 구축하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 비즈니스 임팩트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오늘은 이전 글에서 예상한 것처럼 전통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AI와 M&A를 레버리지 하는 각각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VC보다는 PE의 영역인,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집 수리나 수영장 청소의 영역에서 터키인은 AI 솔루션을 만들어서 팔고 있고, 일본인은 연속 인수(Roll-up)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되고 있습니다.

집 수리 기사를 위한 AI 솔루션 vs 수영장 청소 회사 AI Roll-up

(1) Melisa Tokmak의 Cybernetic Labs Inc.

출처 : 링크드인

Netic의 창업자 1994년생 멜리사(Melisa Tokmak)는 터키 서부의 Salihli 출신입니다. 부모님은 지금도 그 동네에서 향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멜리사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면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되고, 메타와 인스타그램에서 PM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2년 동안 일했습니다. 이후 2019년 Chief of Staff로 Scale AI(2025년에 메타가 인수한 Alexandr Wang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합류해 3년 동안 일하고 나서, 2023년 Netic을 창업합니다. 멜리사는 2025년 부터 KKR에서 AI 어드바이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역시 CEO staff는 잘하는 창업가가 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엘리트가 갑자기 배관공과 지붕 수리공을 위한 AI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퇴사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집 냉난방 수리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수리공에게 전화를 걸어도 안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안오는게 답답해서 였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멜리사는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Netic은 '서비스 기업을 위한 AI 기반 매출 성장 엔진'을 제공하는 B2B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주로 현장 서비스(배관공, 지붕 수리공, 집 수리공, 방제, 수의 등)를 제공하는 기업이 고객 문의를 놓치지 않고 실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AI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The Complete AI Growth Engine for Service Enterprises | Netic
Netic’s AI-driven platform helps service enterprises boost revenue, engage customers, and scale growth with intelligent automation. See how our multi-channel engine empowers your business.

해당 솔루션은 24시간 휴무없이 전화, 문자, 웹 채팅, 앱 등 모든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고객 문의를 AI가 자동으로 응대하고, 예약 시스템과 연동되어 직접 예약을 확정합니다. 또한, 기존 고객 데이터와 외부 상황(계절, 날씨 패턴 등)까지 분석해 재방문이나 업셀링 기회를 찾아 먼저 고객에게 세일즈하고, 모든 고객 상담 데이터와 세일즈 현황을 평가해 경영진에게 보고합니다.

Cognition AI와 Anduril을 제외하고는 3번 연속 초기 투자를 진행한 적 없는 Founders Fund에서 AI를 활용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Netic에 반해 3번 연속 투자했습니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는 2025년 11월 $450M 가치로 $23M를 투자받은 것입니다.

Founders Fund Backs Startup Bringing AI to Plumbers and Roofers
Large tech companies have been stuffing artificial intelligence software into every possible product for years. Now, Founders Fund is backing a startup that wants to help Main Street businesses use the technology, too.

2025년 초 토네이도가 세인트루이스를 강타해 도시 전역의 주택이 파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 Hoffmann Brothers를 운영하는 Chris Hoffmann은 90분 만에 6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는데, Netic의 AI 솔루션이 해당 전화를 대부분 처리해 매출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집중하지 않는 전통 산업을 AI로 바꾼 Netic. 미국에 비해 시장이 작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보입니다.

(2) Jeremy Yamaguchi의 Cabana

출처 : 링크드인

Cabana의 창업자 1990년생 제레미(Jeremy Yamaguchi)는 선교사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에서 자랐습니다. 16살에 캘리포니아로 넘어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웹 에이전시를 창업합니다. 이후 집 수리 플랫폼 GoldenShine을 투자없이 키워 2013년 사모펀드에 매각합니다. 그 다음엔 잔디 관리 플랫폼 Lawn Love를 YC 투자를 받아 창업해 120개 도시, 40개 주로 확장한 뒤 경쟁사와 합병해 업계 최대 플랫폼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아직 한국 나이로 35살이 안되었을 2024년 이번에는 수영장 청소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AI + M&A + 전통산업은 미래다

제레미는 새로운 산업의 도메인 경험을 쌓아 기회를 발굴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그동안 경험해온 집 수리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을 탐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잔디 관리와 유사한 특성인 야외 작업, 높은 반복성, 비경기순환성, 고객 분산 등을 가진 수영장 청소를 발견했고, 해당 분야에 전국적인 브랜드나 선두 주자가 없어 진입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이전과 비슷하게 플랫폼 형태로 갈지, 자체 브랜드를 만들지 고민하다가 Roll-up을 선택했습니다. 제레미가 하려는 사업은 그 당시 VC에게는 생소한 자산군이었고, PE가 투자하기에는 너무 초기라 패밀리 오피스나 고액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상당수의 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그냥 Roll-up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1) 수익률: Roll-up을 통해 VC 평균 수익 달성 가능성
(2) Exit Plan: 성공 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IPO 가능
(3) Moat: AI를 활용해 운영 성과 향상 및 마진 확대, 경쟁 우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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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산업에서의 AI Roll-up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Cabana의 경우 $10M의 투자금으로 적자 위험없이 18개월 동안 1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해 $12M~$15M 규모의 매출과 $4M 규모의 EBITDA를 만들었으며, 초기 인수한 사업체의 현금 흐름으로 추가 인수 및 자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에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시켰습니다. 또한, 운영은 운영대로 확장은 확장대로 유지하며, 수직 계열화(밸류체인 확장)를 통해 추가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수영장 청소 산업은 평균 연 매출 $130K의 소규모 사업체 72,000개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레미는 전통적인 SaaS 모델로 접근하면 높은 고객 확보 비용(CAC)과 고객 이탈(Churn) 문제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SaaS보다는 M&A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한 Go-To-Market 전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이렇게 장점이 가득한 전통산업 AI Roll-up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자본 조달과 성장, 기술의 능력을 모두 가진 제레미여도 직접 수영장 청소를 수행하는 블루칼라 직원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블루칼라 인력을 관리하며 일이 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전통 산업. 다른 GTM. 미국과 다르게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멜리사는 집을 수리하다가 수리기사님 연락이 안닿는 문제를, 제레미는 10년 넘게 경험해온 집 수리 분야(집 수리 플랫폼, 잔디 관리 플랫폼 등)에서 조건에 부합하는 수영장 청소 산업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찾은 시장은 AI가 엄청난 생산성을 보여주는 2026년에도 여전히 낡고, 파편화되고, 디지털 전환 조차 일어나지 않은 곳입니다. 한국에도 여전히 낡고, 파편화되고, 디지털 전환이 되지 않은 곳은 많지만, 안타깝게도 조건에 만족하는 산업의 시장 크기가 미국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신지식이 인수 자문하고 있는 수산물 유통 스타트업의 5월 4일 월요일 새벽 1시 인천 연안부두 업무 현장. 엑셀조차 여전히 사치인, 입에 물은 담배와 함께 수기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낭만이 넘치는 전통 산업

최근에는 정말 다양한 전통 산업(폐기물, 유통, 모빌리티 등)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며 AI가 국내에서 어떤 산업을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에 비해 한국은 시장이 작아 큰 규모로는 어려운것 같습니다. 오히려 AI를 통해 작은 시장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시로 에어컨 청소 산업을 들어보겠습니다.

에어컨 청소 산업은 여름에만 주문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국은 물론이고 지역 단위에서도 독·과점하는 브랜드가 없어 파편화된 개인사업자들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혁신하려는 신규 진입자의 입장에서도 똑같이 N명이서 N년 동안 고객을 모으고 만족시키고 리텐션을 발생시키는 일이라면 작은 시장보다는 큰 시장이 당연합니다.

AI를 활용하면 신규 진입자가 진출할 이유가 생깁니다. N명이 1명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레미랑 똑같은 제품을 혼자서 웹사이트를 만들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고객과 지역 청소 파트너를 모집하고, 카드 결제와 자동 정산, CRM까지 구축하는데 (PG 심사가 없다고 가정하면) 하루가 걸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역 청소 파트너 모집이 문제라면 제레미가 했던 것처럼 각 지역별 파편화된 개인사업자를 인수하면 해결됩니다. 옛날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금을 받아 사람을 채용해 시간이 걸려야만 했던 것을, 이제는 투자금과 채용없이 혼자서 클로드와 코덱스만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AI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비즈니스 검증 과정에서 필요했던 VC의 초기 투자금일 수 있습니다.

물론 AI 딸깍만으로 진짜 비즈니스를 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렇게 AI로 제조업을 비롯한 전통 산업을 혁신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에 얼마나 흙을 묻힐 수 있는지'입니다. 초기에는 직접 에어컨 청소를 배워서 땜빵도 치면서 고객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좋은 대학나와서 AI로 글로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굳이 이 영역에 들어오지 않고, 해당 전통 산업에 도메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AI 사용에 능숙하지 않습니다. 분명 기회가 있는 영역입니다.

AI + M&A + 전통산업 = 기회

멜리사는 직접 집 수리를 예약하다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야마구치는 15년간 집수리 현장에서 회사를 만들어온 사람입니다. 두 사람 모두 가지고 있는 스킬셋이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 산업을 빠르게 혁신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1) AI native한 회사를 설계하고 운영해 성장시킬 수 있는 오퍼레이션과 (2) 비즈니스를 더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금융 이해도, (3) 라이센스나 도메인 지식/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직 이러한 새로운 자산군은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VC에서 투자하기엔 타겟 시장 크기가 작고, PE에서 투자하기엔 비즈니스의 규모가 작습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승계라는 아젠다로, 민간에는 Search Fund 또는 Entrepreneurship Through Acquisition라는 이름으로 생태계가 생기고 있기도 합니다.

이 자산군은 자연스럽게 수도권 과밀화 등의 사회 문제와도 이어집니다. 주로 서울보다는 지방에 있는 전통 기업들이 창업자 고령화 등의 문제로 없어지면서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어 지방 소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젠다입니다)

Succession: Will Fry Of American Operator On How To Do Effective Succession Planning
Get clear on your ideal succession outcome and rank your priorities. There are many considerations, whether that is prioritizing an…

William Fry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American Operator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와튼 스쿨을 졸업한 윌리엄(William Fry)이 직접 뛸 지역 오퍼레이터를 모으고, 그 오퍼레이터가 열심히 뛸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 그 오퍼레이터와 함께 지역 기업을 인수하여 키우는 형태입니다. PE가 '사서 키우고 판다'면 American Operator는 '사서 맡기고 함께 남는다'에 가깝습니다.

기회가 있다고 보여지는 이 영역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확실한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에서 AI를 활용해 높은 생산성으로 손에 흙을 묻히며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또한 새벽 1시에 직접 인천 연안부두를 뛰면서 AI가 혁신할 수 있는 전통 산업의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김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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