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시장의 혁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배달 음식 시장은 배민이 1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비효율을 혁신하기 위해 언제 어떻게 후발주자나 인접 산업의 이해관계자가 시장 진출을 시도할지 모릅니다. 신지식이 몸으로 체험한 F&B 경험을 살짝 공유드립니다.

배달 음식 시장의 혁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Special thanks to Robert

목차

  1. 배달 음식 시장은 왜 커질 수 밖에 없었을까?
  2. '진짜' 배달 음식 시장의 현실
  3. 노다지 배달 음식 시장의 박터지는 경쟁
  4. 배달 음식 다음 전장은 어디일까?
  5. 과연 최후의 승자는?

01. 배달 음식 시장은 왜 커질 수 밖에 없었을까?

15년전 저와 친형은 매주 김가네에서 김치볶음밥만 시키는 충성고객이었습니다. 동네 잡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서 김치볶음밥 곱빼기 한 개(5,500원)와 일반 한 개(4,500원)를 시키면 30분 내로 10,000원에 배달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달비도 없고 홀 가격과 배달 가격도 동일했으니 정말 편한 가격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배달은 중국집, 분식집, 치킨집, 피자집 정도가 전부였던 기억입니다.

배달 플랫폼이 생기고 나서부터 주문 고객의 여정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동네 잡지나 114에 전화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배달앱을 키면 끝입니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면 몇 분뒤에 배달이 오는지 알게 됩니다. 이전과 바뀐 점은 스마트폰에서 보고 주문하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뿐입니다. 많이 바뀐 부분은 주문 고객이 아니라 입점 고객, 즉 점주의 경험입니다.

배달 플랫폼이 생기고 나서부터 점주의 경험은 많이 간편해졌습니다. 이전에는 배달을 도입하기 위해서 오토바이를 사고 배달부 채용 공고를 게시하고 동네 잡지에 등록하고 전단지를 뿌렸습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플랫폼에 입점 신청만 하면 되었습니다. (물론 배달 방식에 따라 직접 지역의 배달대행사와 계약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간편합니다)

홀 장사는 잘되면 잘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한계가 있습니다. 잘되면 홀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받을 수 있는 객수도 한정되어 있고, 안되면 모객하기 위해서 1km 바깥의 고객에게 찾아와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달 장사는 다릅니다. 피크타임에 자리와 상관없이 많은 주문을 소화할 수 있고, 고객이 직접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3km 거리의 고객들도 주문을 합니다. 그렇기에 점주에게 배달 장사는 '있으면 좋은' 수준이 아니라, '달디단 밤양갱' 수준입니다. 배달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남기만 한다면 고정비(월세, 인건비 등)를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예 배달 전문점으로 하는 곳들도 많습니다.

O2O 플랫폼의 고객 경험 혁신과 충분한 시장 크기를 가진 배달 음식 시장이 만나 1세대 유니콘 배달의민족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배민 앱이 출시된지 14년이 지난 지금 해당 시장 주요 3사(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 사용자 총합은 23년 1월 3,351만명, 24년 1월 3,434만명, 23년 2월 3,370만명으로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코로나 특수를 지나 이제는 시장의 끝이 보이는 꽤 성숙한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시장이 성숙해지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구성원들간의 제로섬게임이 됩니다. 24년 1월에서 2월로 시간이 지나면서 배민의 월 사용자는 51만명이 감소했고 요기요도 155만명이 감소한 동안 쿠팡이츠는 196만명이 증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국 몇 년 동안 2위였던 요기요가 일 사용자 기준으로 쿠팡이츠에게 2위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제로섬게임이 되어 경쟁이 심화되면 수면 아래에서는 새로 생긴 비효율을 해결하고자 하는 곳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모두(플랫폼, 입점 매장, 배달대행사, 배달 기사, 고객)가 행복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3개월 동안 신지식이 최근에 F&B에서 일하면서 느낀 내용의 일부를 공유해보겠습니다.

02. '진짜' 배달 음식 시장의 현실

인터넷을 보면 종종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매장의 현실이라는 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1,000원 돈가스 팔아서 42원 정산받았다는 예시가 있습니다.

A씨가 공개한 정산내역. 1만1000원 돈가스를 팔고 42원이 정산됐다.
출처 : 서울신문

아는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해당 내용은 점주가 저렇게 정산될 것을 알면서 일부로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2가지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배달비입니다. 주문건당 배달비는 플랫폼별로 다르지만 보통 5,000~7,000원입니다. 위 이미지처럼 배달비가 6,600원이 부과된 이유는 입점 점포가 고객의 주문을 유도하기 위해서 손해볼 것을 알면서도 고객이 지불하는 배달팁을 0원(보통 3,000원이 일반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 상품입니다. 우리가게클릭은 고객이 클릭할 때마다 설정한 금액이 부과되는 CPC 형태의 광고 상품입니다. 클릭당 금액은 점포에서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렇게 효율이 안좋으면 바로 종료하는게 보통(?)의 사람입니다. 11,000원 돈가스 1개를 팔기 위해 광고에 7,000원씩 태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점주님의 답답하신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정산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예시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각 점포/플랫폼/배달 방식마다 설정값(수수료, 배달팁, 할인, 광고 등)이 달라 임의로 이해하기 쉽게 계산했습니다. 실제로는 플랫폼과 배달 방식에 따라 수수료와 정산 방식이 다릅니다. 같은 배민에서도 배민라이더가 배달하는 배민1과 배달대행사(부릉, 생각대로 등)가 배달하는 일반 배민은 다릅니다.

(1) 11,000원 돈가스 1개 / 할인쿠폰 1,000원 / 광고 X

11,000원 돈가스 1개를 팔면 점주는 49%인 5,400원을 가져갑니다. 실제 이익은 여기서 제품 원가(냉동 돈가스, 기름, 밥, 야채, 일회용기 등)와 고정비(인건비, 월세 등)를 제외해야 합니다. 보통 홀 판매가격의 25~33%를 제품 원가로 잡으니 아마 배달에서 11,000원 돈가스 1개를 팔면 실제 점주에게 남는 돈은 2,000원 남짓일 것입니다.

점주가 11,000원 돈가스 1개를 팔면 플랫폼은 39%인 4,300원을 가져갑니다. 배달 부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플랫폼이 고객에게도 배달비 3,200원, 점주에게도 배달대행비 3,200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배달기사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4,500원입니다. 여기서 플랫폼은 배달비 총합 6,400원과 4,500원의 차액만큼 벌어갑니다.

보통의 배달대행사(부릉, 생각대로 등)가 부과하는 건당 배달비는 4,500원입니다. 여기서 실제로 배달기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4,500원에서 배달대행사에 지불할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2) 11,000원 돈가스 1개 / 할인쿠폰 1,000원 / 추천광고 수수료율 10%

쿠팡이츠의 추천광고 최소 수수료율 10%를 적용해봤습니다. 점주는 광고가 아닌 주문보다 주문금액의 11%(VAT 포함)를 추가로 플랫폼에 지불해야 합니다. 이때, 배달대행사나 배달기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광고유무와는 상관없습니다.

(3) 41,000원 족발 1개 / 할인쿠폰 3,000원 / 추천광고 수수료율 10% / 고객 배달비 0원

41,000원 족발 1개를 팔면 점주는 55%인 22,354원을 가져갑니다. 객단가가 높은 제품일수록 배달비는 고정비 성격이기 때문에 할인할 수 있는 폭이 커집니다. 고객 부담 배달비를 낮추면 더 상위 노출이 되고,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실제로 배달팁이 고객 주문 영향 요인 1위) 많은 객단가 높은 업종들이 낮은 배달비와 높은 할인을 합니다.

보통 앞선 짤처럼 42원이 남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는 추천광고도 오가닉(광고 유입이 아닌)과 광고의 비중을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1인 주문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다인 주문도 들어오기 때문에 플랫폼 입점으로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팔고 싶어서 광고와 쿠폰을 하면 주문금액에 대비해서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이 커집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홀 가격과 배달 가격에 일부로 차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수수료를 빼고도 더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배달 전문점은 배달 플랫폼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홀 장사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맥도날드도 홀과 배달이 1,300원 차이가 납니다.

03. 노다지 배달 음식 시장의 박터지는 경쟁

배달 음식 시장은 시장 크기가 큽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2년 배달 플랫폼 거래액은 26.6조원입니다. 22년 매출은 배민이 2.94조원, 요기요가 2.6천억원, 쿠팡이츠가 7.2천억원이니 배달 음식 시장은 거래액의 15%인 4조원 정도의 시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22년 영업이익도 배민이 4,200억원을 달성하면서 스타트업(?)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매출도 크고 이익도 큰 배달 음식 시장은 노다지입니다. 그래서 선두 업체들끼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후발 주자들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가 어떤 확장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압도적인 시장 1등인 배민과 떠오르는 신성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서로 굉장히 민감합니다. 2019년 쿠팡이츠가 단건배달로 시장 혁신을 하며 업계에 진입하자 배민도 배민1을 출시해 대응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배민이 점주의 배달팁 설정 권한은 없앤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신설하자 쿠팡이츠도 한 달만에 동일한 기능을 하는 스마트 요금제를 신설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경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점주의 입장에서는 살벌할 정도로 경쟁이 엄청납니다.

출처 : 아프니까 사장이다

위 사진처럼 음식 가격, 배달팁, 할인쿠폰 등을 다르게 설정하면 플랫폼에서 바로 전화가 옵니다. 상대 플랫폼을 하향해서 우리와 동일하게 하거나 우리 플랫폼을 상향해서 상대 플랫폼과 동일하게 맞추지 않으면 매일 플랫폼에서 뿌리는 10% 할인쿠폰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아주 평화로운 제안을 합니다. 업주는 당연히 이에 수긍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 확장 과정에서도 경쟁은 지속됩니다. 배달 다음으로 가장 큰 인접 시장인 B2B 식자재 유통에서도 3사는 배민상회와 싱싱배송, 쿠팡이츠딜로 부딪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장에서는 대형 유통 공룡때문에 배민도 요기요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통 공룡 쿠팡의 진출에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배달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B2B 식자재 유통의 전통 강자들과의 싸움까지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물론 이는 배민에게 해당하는 얘기로 이미 유통에서 잘하고 있는 쿠팡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시로 CJ프레시웨이에서 만드는 모짜렐라 치즈를 비교해보면 쿠팡이 배민상회보다 10% 저렴합니다.

23년 기준 B2B 식자재 유통 회사들의 매출(단체급식 사업 포함)은 CJ프레시웨이가 3조원, 현대그린푸드가 2조원, 신세계푸드가 1.5조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CJ프레시웨이는 꽤 오랫동안 강력한 1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을 열심히 혁신하고 있는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400억원을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1등을 더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통 1위가 된 쿠팡을 따라잡기 위한 배민의 노력을 더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배민은 21년부터 배민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뷰티, 패션, 화훼, 전자제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입점시켰습니다. 반면 쿠팡이츠는 계속해서 음식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뷰티, 패션, 화훼, 전자제품 등 유통에서 취급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이미 쿠팡에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04. 배달 음식 다음 전장은 어디일까?

2010년 출범한 배민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배민보다 빠르게 성장한 배달앱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배달 음식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 DoorDash입니다. DoorDash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1월 20% 내외로 Uber Eats와 Grubhub에 밀리고 있었지만, 2024년 1월 66%를 차지하며 23%로 2등 Uber Eats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DoorDash가 상장하는 과정에서 2020년 12월 Goodwater(쿠팡, 토스, 당근마켓 투자자)가 공개한 DoorDash thesis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홀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배달앱 덕분에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수수료가 높긴 하지만, 배달앱은 확실하게 도움이 됩니다. 점주 입장에서는 수수료로 많이 나가긴 해도 고정비 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식당의 일반적인 비용 구분입니다.
DoorDash의 상장신고서(S-1)을 보면 만약 점주가 $22.4 주문을 받으면 제품원가(33%)와 배달앱 수수료를 제외하고 $12.6을 남긴다고 합니다. 잘 안되는 식당은 고정비 충당을 위해서, 잘되는 식당은 더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 배달앱을 사용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도 점주들은 소비자가 가는 곳을 따라갈 것입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이 배달에 할당할 수 있는 식사 횟수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배달의 편리함과 비용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것입니다. Goodwater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배달비를 피하기 위해 포장을 사용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합니다.
eBay는 기존 거래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마켓플레이스 1.0 모델이었습니다. Airbnb나 Uber는 1.0 모델에서 더 나아가 기술을 활용해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개인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췄습니다. DoorDash는 2.0모델 보다 더 많은 시장 이해관계자(소비자, 점주,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단체 주문, CRM, 대기열 등 더 복잡한 비즈니스 운영이 가능하도록 모든 것을 제공합니다. 점점 SaaS와 마켓플레이스는 충돌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다양한 예시가 있습니다. SaaS PoS 솔루션인 Toast는 지역 식당을 검색할 수 있는 소비자 대상의 앱 Toast Takeout을 출시했습니다. 피자집에 솔루션 초점을 맞춘 Slice도 식당 검색을 위한 소비자 대상앱을 출시했습니다. 식당 예약 플랫폼인 Tock은 식당에서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는 Tock to Go를 출시했습니다. 식당 예약 플랫폼인 Resy는 온라인 주문을 지원하기 위해 Resy at Home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DoorDash는 개인 사업자부터 프랜차이즈, 편의점, 식료품점, 꽃집, 약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소매점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DoorDash의 상장보고서의 핵심은 기술이 산업을 탈중앙화(Democratize)하고, 기술이 산업의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술이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비록 3년 전의 보고서지만 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약 배달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최근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다시 가능해지면서 약 배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환자(섬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록 장애인, 희귀질환자 및 감염병 확진자)에게만 약 배달이 가능합니다. 만약 약 배달이 가능하게 된다면 22년 기준 전체 프랜차이즈 약국 매출이 5.7조원이므로 약국 매출의 10~15%인 약 5~8천억원에 해당하는 새로운 배달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종연횡입니다. 미국에서 PoS 솔루션이 식당 검색 앱을 출시하고, 식당 예약 플랫폼이 온라인 주문 플랫폼을 만든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슷한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마침 실적이 계속 낮아지고 대표이사 취임 2개월만에 사임설이 나오는 등 요기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만약 국내 지도앱 1위 네이버가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혹은 국내 식당 예약 플랫폼 1위 캐치테이블이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음식이라는 버티컬의 온·오프라인 접근 방식을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역으로 배민이 네이버 지도와 캐치테이블이 있는 시장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후발주자이자 고객 지불 배달비 0원으로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 있는 두잇이 역으로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볼 수도 있습니다. 단건배달로 시장 파괴를 이끌었던 쿠팡이츠처럼 다시 한 번 배달비 0원으로 두잇이 시장 파괴를 한다면? 페이히어같은 PoS 회사가 홀 PoS, 배달 PoS, 키오스크, 테이블오더, 고객 관리(줄서기, CRM)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서 금광에서 청바지를 잘 판다면? 독자분들의 재미있는 상상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05.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될까?

Goodwater의 Thesis에서도 언급됐던 것처럼 결국 핵심은 소비자에 있습니다. 소비자가 많아야 점주가 입점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점점 높아지는 배달 가격과 배달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가 가게 선택을 할 때 배달팁과 할인 혜택에 중점을 두도록 영향을 끼쳤습니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10배 더 잘하면 됩니다. 경쟁사보다 10배 배달비가 싸거나, 10배 배달이 빠르거나, 주문이 10배 편리하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드론 배달이 나오지 않는 이상 10배 잘할 수 있는 변수는 배달비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선에서 보면 두잇의 접근이 옳바른 접근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출혈경쟁을 감안할 만큼의 든든한 재무적 지원자가 있는지, 언제까지 얼만큼 희생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점주의 입장에서 직접 배달 플랫폼을 사용해보면 배민보다 쿠팡이츠가 편리합니다. 배민 광고(우리가게클릭)는 CPC라서 직접 단가(200~600원 사이)를 설정해 테스트해야하지만, 쿠팡이츠는 추천광고수수료율(5% 이상)만 설정해놓으면 주문금액에서 수수료만 차감하여 정산됩니다. 홀 정리하고, 카운터보고, 조리하고, 배달기사 응대하느라 바쁜 점주들에게 배민보다는 쿠팡이츠가 훨씬 편합니다.

그리고 쿠팡이츠가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쿠팡이츠는 잘할 것 같은 브랜드를 미리 발견해 앱 배너 광고에 띄어주거나 푸쉬알림을 보내주는 등 마케팅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반면 배민도 마케팅지원은 해주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 되어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쿠팡이츠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배민은 배달을 빼앗기면 물러설 곳이 없지만, 쿠팡에게 배달은 유통업의 한 분야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쿠팡이 쉽게 1등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핵심 지역이 아니라면 여전히 일반 배민(배민1이 아닌 배달대행사를 이용한 옛날 배민)이나 요기요 주문이 우세하기도 합니다.

114나 동네 잡지를 통해 중국집 번호를 알아내고 전화 주문하는 고객 경험을 배민이 혁신한 것처럼, 단건배달 도입으로 배달 경험을 쿠팡이츠가 혁신한 것처럼, 배달 음식 시장의 혁신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두잇, 네이버 지도,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페이히어 등 이제는 배달 플랫폼만 지켜봐야할 것이 아니라 유통, 요식업, 식당 관리 등 다방면으로 시야를 넓혀서 봐야합니다. 수면 아래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혁신은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