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만에 만든 프로덕트가 유니콘이 된 이유

Linktree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는 Link-in-bio 서비스의 존재 가치

6시간 만에 만든 프로덕트가 유니콘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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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의 대표주자인 Linktree, 그리고 이들이 개척한 Link-in-bio 서비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저는 VC에서 일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 내 플레이어에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비록 국내 투자자들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기업가치가 $ 1 Bn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최근 3년 간 10개 넘게 등장한 분야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영역이 너무나 넓기 때문에 집계하는 미디어마다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기업은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Link-in-bio 서비스 카테고리를 개척한 'Linktree'입니다. 언뜻 보면 조악한 링크 모음 URL로만 보일 수 있는 Linktree는 어떻게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요?

Linktree로 대표되는 Link-in-bio 서비스는 하나의 랜딩페이지 내에 여러 링크를 동시에 노출 및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크리에이터, 브랜드 등이 주로 사용합니다.

답답해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 6시간 만에.

알렉스 자카리아(Alex Zaccaria)와 앤써니 자카리아(Anthony Zaccaria) 형제는 개발자 닉 험프리스(Nick Humphreys)와 함께 호주에서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Bolster'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Linktree의 공동 창업자, 앤써니 & 알렉스 자카리아와 닉 험프리스

Bolster는 주로 뮤지션들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계정을 운영 대행하였는데, 뮤지션들의 특성 상 인스타 계정에서 다루어야 하는 활동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니, 인스타에 광고 올려 주시고 예매링크로 유도해주세요"
"새로운 음원을 Spotify랑 Apple Music에 발매하였으니 스트리밍이 많이 될 수 있도록 홍보해주세요."
"Youtube에 신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올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회수를 높일 수 있을까요?"

뮤지션들의 활동 반경은 음원, 영상, 공연 등 굉장히 다양하고 각 활동을 위해서 사용하는 플랫폼 및 서비스는 모두 상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대부분의 소셜미디어는 <프로필에 업로드할 수 있는 웹사이트 URL은 한 개>라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카리아 형제와 험프리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프로필 Bio 상의 링크를 매번 수정하고, 게시물에 "프로필 상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Check the link in bio!)"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링크를 수정해야 함은 물론, 동시에 여러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에는 여러 링크를 올릴 수 없다는 문제를 마주한 이들은 2016년 어느 날 링크를 모을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어보자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여러 링크를 동시에 나열해두고 팔로워들이 각자 원하는 링크를 클릭할 수 있게 만드는 Gateway와 같은 랜딩 페이지. 이렇게 Link-in-bio 서비스가 발명되었습니다.

프로토타입 서비스는 단 6시간만에 만들어졌는데, 놀랍게도 하룻밤 만에 사용자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Linktree의 창업자들은 음악 &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pain point를 발견하고 스스로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뚝딱뚝딱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서도 Link-in-bio 서비스에 대한 큰 니즈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Product Market Fit이 환상적인 제품의 성장 스토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Linktree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8년 100만 명, 2019년 300만 명, 2020년 800만 명, 2022년 2,400만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처음에 의도했던 것처럼 뮤지션 뿐만 아니라, 셀레나 고메즈, 드웨인 존슨 같은 셀럽, HBO와 같은 기업, LA Clippers와 같은 스포츠 구단 등 소셜미디어 계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 반경을 가지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Linktree의 유저가 등장하였습니다.

Linktree는 2020년 10월 Insight Partners가 리드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10.7M을 , 2021년 3월 Index Ventures와 Coatue가 리드한 시리즈 B 라운드에서 $45M을 유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3월 역시 Index Ventures와 Coatue가 리드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10M을 유치하며 무려 $1.3Bn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Linktree와 같은 프로덕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정책을 비틀었을 뿐인데 유니콘?

Linktree의 창업기를 읽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프로필에는 하나의 링크만> 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프로덕트라고? 그럼 인스타그램이 여러 개의 링크를 걸 수 있게 만들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니야?'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산업의 본질을 정확히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의 <프로필에는 하나의 링크만> 정책이 Link-in-bio 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시작점이 된 것은 맞지만, Link-in-bio 서비스가 캡쳐하고 있는 시장의 기회는 '크리에이터는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고, 매출 채널을 다변화한다.'라는, 크리에이터 중심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만 보이는 현상입니다.

비록 초기 크리에이터는 인스타그램에서 단일 계정만 운영하며 활동을 시작하지만, 팔로워가 늘고 점점 성장함에 따라 콘텐츠의 형태를 다변화하며 유튜브, 틱톡 등 다른 소셜미디어 채널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커머스, 후원, 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revenue stream을 각기 다른 서비스를 활용하여 창출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아직 구독자수 100명에 불과한 저희 낭만투자파트너스도 지금 보고 계시는 자체 블로그를 비롯하여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는 더욱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Link-in-bio는 바로 이러한 지점을 공략하고 있는 프로덕트이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밸류체인을 장악하기 위한 First-funnel이자, 3세대 Web-builder로까지 불리는 이유입니다.

소셜미디어의 딜레마

위 내용을 인지하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오면, 소셜미디어가 직접 Link-in-bio 서비스를 내재하여 활성화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프로필 내에 여러 개의 링크를 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아무도 정방형 사진을 찍지 않을 때 1:1 규격의 사진 프레임을 고집하였던 플랫폼입니다.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페이지가 온갖 링크로 지저분해지는 것은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자체도 싫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2. Link-in-bio의 활성화는 소셜미디어 입장에서 '트래픽의 이탈'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리에이터는 본인이 운영하는 타 플랫폼의 계정으로 팬덤을 유입시키기 위해 Link-in-bio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즉, Link-in-bio를 활성화할수록 소셜미디어 입장에서는 외부 링크로 더 많은 트래픽이 이탈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소셜미디어는 최대한 많은 트래픽을 플랫폼 안에 가두고 광고 등을 통해 수익화해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지만, Link-in-bio는 이러한 플랫폼의 이해관계와 정반대에 위치하는 거죠. 그렇기에 소셜미디어는 Link-in-bio가 오히려 눈엣가시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인스타그램은 Linktree를 스팸으로 처리하고 인스타그램 내 모든 Linktree URL을 셧다운 시켰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Linktree의 유저들이 인스타그램에 41,000개의 컴플레인을 넣었고, 인스타그램은 한 시간만에 공식 사과와 함께 Linktree를 복구 시켰습니다.

Link-in-bio는 플랫폼의 이해관계와는 정반대에 있고, 소셜 미디어 내의 크리에이터의 이해관계와는 완전히 일치되어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에서 소셜미디어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프로덕트입니다.

소셜미디어는 Link-in-bio를 활성화 하는 것보다는 크리에이터가 타 플랫폼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플랫폼 내 sub-product 형태로 내재화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은 2020년부터 Shop 기능을 통해 외부로 이탈하는 커머스 트래픽을 붙잡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9월 인스타그램은 shop 기능에서 후퇴하고 광고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인스타그램이 플랫폼 내 크리에이터를 붙잡지 못하는 딜레마를 sub-product 방식으로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요?

2022년 Influencers Club의 Link-in-Bio Tools에 대한 리포트를 보면, Linktree가 전체 3,100만 Link-in-Bio 유저 중 80%를 장악하고 있는 압도적인 1위 플레이어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inktree가 현재까지 1위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 Link-in-bio는 사용하는 크리에이터가 증가할 수록 입소문 형태로 점점 더 전파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절대적인 프로덕트이기에, 선점자의 우위가 강력하게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실제로 Linktree는 가입자가 300만 명에 달한 2019년까지 마케팅에 1 cent도 쓰지 않았다고 하죠.
  2. 프로덕트의 기술적인 우위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후발주자가 Linktree의 유저를 뺏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대다수의 Linktree의 유저들은 '어차피 모두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굳이 Linktree를 버리고 다른 툴로 넘어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최근 Linktree의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niche한 니즈를 가진 신규 link-in-bio 가입자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Linktree는 일반적인 기능 외에 최근 paypal, shopify 등 커머스 솔루션 기업들과 시스템 연동을 하며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신생기업들은 각기 조금 더 niche한 영역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는데, 예를 들어 Carrd는 프로필 디자인에 특화되었고, Koji는 NFT 등 Web3.0 방식을 주요 기능으로 도입했습니다.

여전히 여러 링크를 모으겠다는 단순한 니즈를 가진 유저는 1위 사업자인 Linktree로 유입될 확률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바, 후발주자들이 각자 타겟하고 niche market의 니즈를 해결해주면서 점유율을 키워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국내 최초의 Link-in-bio 서비스인 인포크링크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ABZ'에 투자하였습니다. ABZ 는 2018년부터 블로그마켓을 운영하는 커머스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할 수 있는 OMS(Order Management Solution)을 개발하고 운영하던 회사였습니다. ABZ는 고객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페24 등 여러가지 커머스 툴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커머스 유저들을 중심으로 한 Link-in-bio 서비스를 개발하였고, Linktree의 성장스토리와 유사하게 지금까지 마케팅에 1원도 쓰지 않은 상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확보하였습니다. 지금은 커머스 인플루언서 뿐만 아니라 토스, 코카콜라, 카카오, 아시아나항공, 하나은행 등 대기업 브랜드 역시 인포크링크의 유저가 되었죠. (>> 인포크링크 구경하기)

과연 Linktree는 Link-in-bio 시장의 개척자로서 영원히 골리앗처럼 1위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포크링크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다윗처럼 도발적인 아이디어들로 시장을 뒤집을 수 있을까요?

크리에이터 시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은 분은 언제든 아래 링크로 찾아와주세요!

낭만투자파트너스 오피스 아워
안녕하세요. 낭만투자파트너스입니다. 아직 신생 벤처 투자 블로그인 저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까지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시는 만큼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부득이 하게 물리적 제약이 있어서 저희의 대화가 성장에 실질적 도움 되시는 팀들과 우선적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뵙기 이전에 저희가 지금 이 페이지에 도착해 계시는 분과 고민하시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질문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또한 열심히 살펴보고 함께 고민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