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WEB3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크립토 겨울에 등장한 나이키의 WEB3 플랫폼 'Dot Swoosh'

나이키는 WEB3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이 엄청난 미래기술로 대우받고 WEB3에 대한 기대감이 절정에 달하던 2021년 12월 나이키는 패션 NFT 스타트업 RTFKT(알티팩트)를 인수하였습니다. 크립토는 사기이며 블록체인은 없어질 기술이라고 여겨지는 2022년 11월 나이키는 WEB3 플랫폼 'Dot Swoosh'의 런칭을 발표하였습니다.

Nike Sprints Into Web3 With New .SWOOSH Platform
The footwear giant’s latest Web3 move will allow community members to create and trade their own digital collectibles.
'이 시기에 WEB3?'

먼저, WEB3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지난 약 2년 간의 유동성 잔치 아래에서 엄청난 규모의 크립토 붐이 일었습니다. 이와 함께 WEB3라는 단어가 또 하나의 Buzzword가 되었죠. 장투준님의 Buzzword 사망 판정 글에 잘 정리된 것처럼 WEB3 역시 단어 자체에 어마어마한 노이즈가 꼈고, 과대평가 받는 동시에 과소평가 받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투준님이 위 글에서 'B2B SaaS'에 대해 정리하신 것과 같이, 단어가 내포하는 본질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2018년에는 블록체인 현업에서 일했고, 2020년부터는 투자자 포지션에서 블록체인/WEB3/크립토를 보고 있었습니다. 2018년의 경험과 좌절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붐이 극에 달하던 2021년에도 저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다녔죠.

"나는 WEB3가 내세우는 가치를 좋아하고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WEB3에 투자하고 있어. 그런데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멀었고, 크립토는 별로 안좋아해."

각 용어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르기 마련이지만, 시장은 대부분 'WEB3=크립토=블록체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이 말하면 '무슨 말을 하는거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기술적 영역, 이론적 영역을 넘어 WEB3가 주장하는 본질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구심점(크리에이터, IP etc)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커뮤니티(팬덤, 유저 etc)가 형성된다.
  2. 구심점과 커뮤니티의 상호작용, 그리고 각 이해관계자의 기여를 통해 구심점과 커뮤니티가 동반 성장한다.
  3. 궁극적으로 성장의 몫을 커뮤니티에 기여한 이해관계자에게 정당하게 돌려준다.
  4.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과 크립토라는 부산물은 이와 같은 구조를 디자인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enabler로서의 기술이다.)

WEB3가 주장하는 Community-driven한, User-Owned 비즈니스는 새로이 발명된 개념이 아니며, 이미 여러 산업 도메인에서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특성상 이와 같은 비즈니스를 촉진하기에 적합한 기술임이 분명하죠.

실제 'WEB3 프로젝트'의 행태

하지만 실제는 이론과 너무나 다릅니다. 시장에서 WEB3의 틀을 쓴 대다수 프로젝트들에게 일어난 현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8년과 2020년 모두 지배적인 키워드만 바뀌었을 뿐,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굉장히 소수이지만요.)

WEB3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본인들의 비전에 필연적이라고 주장하고, 대부분 '토큰 발행' 행위를 선제적으로 하게 됩니다. 토큰은 사업적 성과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프로젝트들은 사업적 성공은 커녕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돈을 벌어 버립니다. 그것도 굉장히 큰 돈이죠. 이 순간 대다수의 프로젝트들은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동력을 잃어 버립니다. 대다수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와 초기 투자자는 단기간 내에 토큰 가격을 펌핑시키고 빠르게 유동화하여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프로젝트 멤버가 굳은 신념 하에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부분 빠르게 가격 펌핑을 시키고 회수하는 것을 원하죠.

이제 프로젝트의 동력은 '토큰 가격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는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것'에 남아있게 됩니다. 프로젝트들은 위에서 언급한 WEB3의 본질에서 껍데기뿐인 요소들만 가져와 'WEB3인 척'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비스는 Community-driven한 형태가 아니라, Top level-driven한 형태로 점차 구축됩니다.

  1. 인지도 높은 IP를 소싱할 수 있는가
  2. 인지도 높은 Backer에게 투자받을 수 있는가
  3.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에서 소셜미디어 상에서 shout-out을 받을 수 있는가
  4. 인지도 높은 기업과 MOU를 맺을 수 있는가
  5. 이를 통해 많은 트위터 팔로워와 디스코드 가입자 수를 확보할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프로젝트들은 Top level-driven 한 형태로 Discord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에 혈안이 되고, Discord 가입자들을 '커뮤니티'라는 단어로 칭합니다. Discord 가입자들은 대부분 가격이 왜 오르지 않는지, 왜 프로젝트 운영팀이 더 큰 회사와 MOU를 맺지 않는지를 궁금해 할 뿐이지만요.

게다가 WEB3 프로젝트들은 익명성을 'WEB3 정신'이라고 칭합니다. (아직도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자연인과 법인은 모두 익명성 아래에 숨고, 자금의 출처와 운용 방식 역시 더욱더 쉽게 숨어버립니다.

잠깐, WEB3가 뭐라고요?


💡
작금의 거시경제 상황은 단기적인 토큰 가격 펌핑으로 주목받은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WEB3 산업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지?' 전방위적으로 질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가 본질에 집중하는 플레이어를 길러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WEB3에 대한 더욱 폭 넓은 얘기는 다른 글을 통해 차차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나이키는 Hype 이 절정에 달하던 2021년 말 WEB3에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글로벌에서 엄청난 규모의 팬 커뮤니티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기에 어떤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상당히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만, 최근까지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죠.  그리고 WEB3에 대한 모든 관심이 꺼져가는 이때, 로고 이름을 따서 'Dot Swoosh'라는 WEB3 플랫폼의 런칭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나이키는 WEB3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나이키 WEB3 전략의 중심: RTFKT

RTFKT는 브랜드 전략가 Benoit Pagotto, 음악업계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Christ Le, 크립토-네이티브 그래픽 아티스트 Steven Vasilev (a.k.a Zaptio) 3인이 설립한 디지털 패션 NFT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메타버스 시대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미션으로 2020년 설립된 RTFKT는 게임 엔진, NFT, 블록체인 인증기술 등을 활용하여 디지털 제품과 현실세상의 제품을 통합하고자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였습니다. 초기에는 타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제작한 운동화 NFT를 민팅하는 작업에 집중하였고, 2021년 2월에는 18살의 디지털 아티스트 FEWOCiOUS와 협업한 NFT를 발매 후 7분만에 완판 시키며 USD 3.1M(약 37억원)을 벌어들여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습니다.

FEWOCiOUS x RTFKT NFT

2021년 5월에는 A16Z에서 리드하여 단 세명의 팀 규모로 USD 8M을 유치하며 Digital Supreme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죠. (Supreme 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릿 브랜드입니다) RTFKT는 지속적으로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다리를 놓겠다는 미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Building the bridge between digital and physical fashion"

2021년 12월 글로벌 No.1 에슬레틱 브랜드 나이키에서 RTFKT를 완전 인수하였음을 밝혔습니다. 나이키의 CEO John Donahoe는 이 인수로 나이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스포츠, 크리에이터, 게임, 문화의 사이에서 새로운 진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이키가 RTFKT를 인수한 이후에 2022년 4월 나이키의 스니커즈 라인업 '덩크'를 활용하여 버추얼 스니커즈 '덩크 제네시스'를 선보였습니다.

멋있고, 미래지향적인 것은 비주얼만 보더라도 잘 느껴집니다. 하지만 좋은 IP를 활용해 멋진 그래픽의 NFT를 찍어내는 것이 나이키가 생각하는 WEB3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Dot Swoosh :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

2022년 11월, 나이키는 RTFKT 팀의 로드맵을 이어받아 Nike Virtual Studios가 주도하는 WEB3 플랫폼 'Dot Swoosh'의 런칭을 발표하였습니다.

Dot Swoosh는 아직 베타 서비스에 불과하여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그들의 Medium 아티클을 통해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Dot Swoosh는 스스로를 Home for all of Nike's virtual creation으로 정의합니다. 가장 큰 로드맵은 아래와 같습니다.

초기에는 게임이나 AR/VR 등 가상환경에서 착용할 수 있는 디지털 패션을 만들고 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디지털 패션의 제작 주체는 나이키, 파트너사들, 그리고 실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초기 참여자들입니다. 이들은 향후 만들어질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작된 재화를 거래할 수 있고, 파트너사의 비디오 게임 혹은 가상환경에서 착용할 수 있게 합니다.

Dot Swoosh의 로드맵은 모두 다 명확하게 오픈되지 않았으나 기존 대부분의 WEB3 프로젝트들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굉장히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들은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아티클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프로세스를 정립해 나가고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혁신의 문화를 수립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며 팀워크가 필요합니다."

Dot Swoosh는 미국 내의 제한된 숫자의 사람들에게만 access code를 부여하고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access code는 거래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디지털 콘텐츠들을 초기에는 외부의 지갑으로 내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1년의 대다수 NFT 프로젝트들이 초기 NFT 홀더에게 한정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이를 레버리지 한 2차 거래 유도하여 발행가 및 거래가 펌핑을 유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 입니다.

또 Dot Swoosh는 digital creation의 시작을 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찾고 있습니다.

아틀란타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의 스니커즈 매장과 대학교 캠퍼스에서 교육 세션을 열며 기존의 나이키 팬덤을 현장에서 만나고 이들에게 access code를 지급하며 digital creation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Dot Swoosh는 나이키가 글로벌 애슬레틱 브랜드로 성장한 것에는 지역사회의 스포츠 행사와 함께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믿고 있고, 새로운 WEB3 프로젝트도 이러한 창업자의 정신과 일맥상통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기에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집중하고 있고요.

Dot Swoosh가 베타 서비스를 런칭한 지는 채 2주가 되지 않았고, 향후 3개월 동안은 지속적으로 로드맵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기에 향후 더 지켜봐야할 요소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나 초기 행보를 통해서는 나이키는 멋진 나이키 디지털 신발 NFT를 찍어 파는 것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커뮤니티, 그리고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포부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RTFKT 팀이 초기부터 이야기한 것처럼 digital과 physical이 연결되는 지점을 만들 수 있을지, 현실의 운동화와 디지털 운동화를 연결하고 현실의 나이키 팬덤을 디지털 영역에 온보딩 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크립토의 종말이 얘기되는 타이밍에 등장한 나이키의 WEB3 플랫폼은 '진정한 WEB3'를 구현하고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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