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이유

크리에이터 산업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이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2021년의 벤처투자 호황장을 장식한 buzzword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 시장의 겨울이 도래한 지금은 가장 크게 도전을 받는 단어 중 하나죠. 재밌는 것은 벤처투자의 트렌드와는 별개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포괄하는 시장의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 규모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벤처 투자의 관점에서 기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현황

미국의 유명 벤처 전문 미디어 The information에서는 2021년 초부터 전 세계의 규모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의 펀딩 및 사업 현황 등을 체크할 수 있는 Creator Economy Database를 작성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Creator Economy Database
A database of private startups serving the millions of individuals making money off their online followings.

The information이 정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섹터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사업 형태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 Creator Services
  • Creator Platform
  • Crypto
  • Marketing
  • Music
  • Financial Services etc.

해당 매체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업체에 대한 벤처 투자 총액은 2021년에 비해 2022년에 급속도로 감소하였습니다. 2022년 연간 $ 2.5Bn이 글로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에 투자 집행되었는데, 이는 2021년 투자 총액에 비해 50% 수준으로 하락한 수치입니다. 동기간 미국 전체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이 33% 정도 감소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하락은 타 분야 대비 더 큰 폭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낙폭이 큰 이유에 대해 2021년도에 WEB3 트렌드 등과 결부되면서 과대평가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 관심도 여하 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는 것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하고 있는 시장 규모는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2022년도 6월 Influencers Marketing Hub에 따르면 글로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2021년도 $104.2Bn 규모를 달성하였는데, 이는 2019년 시장 규모에 비해 2년 만에 2배 성장한 것으로, 엄청난 성장 속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체 CreatorIQ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수익원인 브랜드 캠페인(광고, 커머스 등)의 전체 진행 횟수는 2021년에 비해 2022년에 50%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정량적인 집계를 떠나서 실생활에서의 경험만 돌아보아도 시장이 고속 성장하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를 '크리에이터 숫자 x 크리에이터의 팔로워 숫자 x 크리에이터-팔로워 간 transaction 방법의 수 x Transaction의 빈도 x Transaction 당 단가'로 정의하는데, 위 공식의 모든 변수가 양의 방향으로 증가하거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음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유튜버나 인스타그래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사례나 횟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자잘한 도네이션이나 구독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거든요.

종합해보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매년 고속 성장하는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어'라는 언뜻 보기에는 아이러니와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의 사업 형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위 결론이 그다지 이상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떡고물은 누가 먹는거야?

정답은 단순합니다. 당연히 크리에이터가 먹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작동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구심점을 '신뢰와 애정의 대상으로서 크리에이터'로 봅니다.

1)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들은 영상, 음성, 음악, 글, 그림 등 다양한 콘텐츠 형태를 통해 팬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콘텐츠를 생성하고 노출시키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에는 무작정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콘텐츠 혹은 그 크리에이터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은 가끔 생각지도 못한 수익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저희 낭투파에게도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늘 감사합니다. :) ) 유튜브 Superthanks, 트위치 도네이션, 아프리카TV 별풍선과 같은 BM과, Patreon, Onlyfans, Buy me a coffee 와 같은 스타트업은 모두 크리에이터와 팬 사이에서의 감정을 수익의 형태로 치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 신뢰의 대상으로서의 크리에이터

하지만 사실 위에서 말한 Tip 혹은 Donation의 형태로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수취되는 수익은 전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크기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CB Insights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매출원 중 Monetary tips의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수익 중 대부분인 77%는 광고 및 커머스 중개 등의 Brand deals에서 발생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크리에이터와 딜을 진행하는 이유는 그들이 팔로워들로부터 '신뢰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유저들은 인스타 스토리 사이의 지면 광고를 거의 신뢰하지 않습니다. 다만 본인이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래머가 물건을 판매할 경우 그 신뢰도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E커머스 플랫폼에서의 구매 전환율은 1.5% 수준인 반면, 크리에이터 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은 5%~10% 수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리에이터의 신뢰도는 재화에 대한 신뢰로 까지 이어지면서 굉장히 높은 객단가가 형성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킴 카다시안과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가 인스타그램 포스팅 하나에 수 억원을 받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스타그램 돋보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팔로워 N만 명 수준의 인스타그래머도 공동구매로 1~2주에 수 천 만원을 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신뢰의 대상이자 애정의 대상인 크리에이터는 당연하게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에서 가장 높은 협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거래가 일어나지만 크리에이터라는 개인에게 모든 부가가치가 집중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죠.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은 Value Capture를 못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은 크리에이터-팬 간의 거래를 증폭하거나 쉽게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 혹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BM은 많은 경우 수수료 혹은 SaaS 구독료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거래액 대비 매출액을 의미하는 take rate을 10% 이상 가져가는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크리에이터의 customer acquisition은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 개인의 콘텐츠 역량 및 소셜미디어 채널 노출도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쿠팡의 입점 셀러는 쿠팡이라는 플랫폼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2,000만명이 넘는 구매 고객을 잠재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제공하고, take rate을 최대 30% 수준까지 높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커머스는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의 자체 역량에 의존하기에 take rate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성인물 중심의 콘텐츠로 꾸려져 있고, 크리에이터 채널이 아닌 자체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는 Onlyfans가 타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대비 굉장히 높은 수준인 2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Lock-in 요인이 미비하다는 점 역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의 지속가능한 매출 추정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link-in-bio 서비스의 존재가치를 이야기 한 지난 글에서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성장하면 할수록 멀티 플랫폼/멀티 솔루션의 행태를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항상 많은 대체재를 갖고 있고, 이슈가 있을 경우 거의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타 플랫폼 및 솔루션을 택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외부 이슈로 인한 사건 때문이지만) 절대 밀리지 않을 것 같던 라이브 스트리밍계의 강자 트위치가 국내 서비스를 축소 함에 따라,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빠른 속도로 유튜브 등 타 플랫폼으로 본적을 옮기는 현상을 보면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단일 플랫폼에 완전히 lock-in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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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은 전방 시장에서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money transaction 대비 이를 기업의 매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Equity value로까지 치환시키는 작업이 아직은 너무나 미비합니다. 1세대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인 MCN 모델이 차세대 연예 매니지먼트 기업처럼 주목받았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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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장

글로벌에서 연간 100조 원이 넘는 돈이 거래되고 있고, YoY 성장률은 40%에 육박하며, 2000년대에 태어난 동생과 조카들이 장래희망란에 크리에이터라고 적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데, 재무적 이득을 노리는 투자자라는 사람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마주하며 한 축에서는 당연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들이 시장의 부가가치를 내재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래액 대비 매출액을 인상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크리에이터 고객의 Churn rate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크리에이터 및 브랜드 대비 높은 협상력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다른 한 축인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기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 방식 외에 크리에이터 시장의 부가가치를 잡을 수 있는 적합한 투자 구조를 찾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전무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년 여 전부터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고, 2023년의 초입인 현재는 실질적인 실험에 돌입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논의와 실험들에 대해 소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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