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돈을 쓰는 곳이 바뀐다. 적자를 해자로 포장할 미래

인건비가 토큰비로 치환될 시대, 스타트업의 새로운 재무제표 변화를 읽는 법

스타트업이 돈을 쓰는 곳이 바뀐다. 적자를 해자로 포장할 미래
이렇게도 설레는 우상향 그래프는 무엇일까요.

50배 뻥튀기가 일상인 Gemini Wrapper 씬?

ChatGPT Wrapper라고 부르기에 점차 빠르게 모멘텀이 구글로 넘어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AI 경쟁이 심화되면서 온갖 밈이 돌 정도로 요새 AI에 대한 과투자와 버블에 대한 기대, 우려와 조롱이 섞인 현재를 저희는 살고 있습니다.

200달러가 결국 1만달러로 50배 뻥튀기 되고 있을까요?

하지만 먼 훗날 지금을 회상하면, 이는 큰 변화 속의 소소한 이벤트 뿐일 것 입니다.

결국 승자는 나옵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역사를 목격했습니다. 2025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쓰는 서비스, 쿠팡입니다. (이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쿠팡이 2014년 부터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무지막지하게 쏘아올린 적자 치킨게임의 결과를 저희는 지금 알고 있으니깐요. 1조원을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받아서 바로 모두 물류센터에 재투자할 때 일본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 소비하거나 투자한다고 생각하면서 용감하게

1) 로켓 배송을 많이 시킨 사람들과
2) 쿠팡 주식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그 과실을 누렸습니다. 무려 10년간 6조 1,892억원의 적자를 감행하면서 물류 해자를 만들어서 당시의 경쟁사들을 파산시키면서 생존했으니깐요.

2014년 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쿠팡의 어마어마한 적자 릴레이 한판 역전승

앞으로 주구 장창 이야기할 AI 토큰!

현재 AI 씬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돈을 쓰는 대상이 '물류센터'에서 '토큰(Compute)'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저희가 AI 로켓배송을 많이 이용하는 길은 Google, OpenAI, Anthropic의 서비스를 많이 많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투자자로써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두가지 함의점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 스타트업 데스밸리의 극복과 미래 쿠팡의 등장입니다.

초기스타트업 Unit Economics의 양극화

항상 스타트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완만하게 성장을 노리고 있는 스타트업이 공존하는데 앞으로는 이 격차가 더더욱 벌어질 것 같습니다.

아래는 110년 되었고, B2B SaaS 시장에서 특히 많은 투자를 하면서 Cloud, AI 관련 레포트를 많이 써온 Bessemer Venture Partners의 State of AI 라는 레포트입니다.

성장 속도가 대략 3배 정도 차이나는 스타트업을 나눴는데요. 유망주 Supernova들은 1500억 ARR을 1.5년에 달성하고, Shooting Stars들은 4년만에 달성한다고 나눴습니다. (모두 좋아보이긴 하는데 말이죠)

더 빠르게 성장하는 Supernova들은 임직원 1인당 매출이 17억에 육박하는 대신 매출총 이익률은 25% 뿐입니다. 보통 과거 유망한 B2B SaaS 스타트업의 매출총이익률이 75~80%이던 것에 비해서는 거의 4~ 5배 악화되었습니다.

Shooting Stars들은 잘 성장하지만 1인당 매출이 2.5억원 수준, 60%의 매출총이익률을 달성합니다.

100억 매출 달성시에

인원수가 6명 필요한 회사 / 40명 필요한 회사

로 나뉩니다.

매출의 75%가 고스란히 엔비디아와 오픈AI, 앤스로픽의 주머니(COGS)로 들어가는 Supernovas들은 어디에 돈을 쓰고 있을까요?.

옛날 기준대로라면 이런 기업은 '사업성이 없다'며 투자 심사에서 탈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이면의 숫자를 봐야 합니다.

재무 지표로 보는 AI native한 스타트업

이 말은 정말 급속도로 성장하는 Supernovas 들은 인재들에 더 이상 돈을 쓰는게 아니라 AI 프론티어랩들(혹은 Nvidia)에 돈을 쓰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3배 빠르게 성장하는 supernovas들이 무섭긴 하지만 높은 기업가치를 형성할 것이 당연하고요.

기존의 300억 이하를 투자받은 시리즈 B이전의 기업 자료입니다. 제 개인블로그에도 있습니다.

보통의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의 67.9%를 인재에 썼는데, Supernovas들은 26% 로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구분IT 스타트업AI Shooting StarAI Supernova (아웃라이어)
비용 1위사람 (약 68%)사람 (약 75%)AI 토큰비 (약 74%)
비용 2위기타 운영비AI 토큰비 (약 25%)사람 (약 26%)
특징인건비가 절대적인건비가 여전히 메인 + AI 부담 증가AI 토큰값이 절대적

이런 차이는 지난주에 김성중님이 작성한 글인 AI 시대 VC의 유통기한에서 다룬 내용과 일맥 상통합니다.

데스 밸리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곧바로 매출로 채워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렇듯 AI 스타트업들은 더더욱 멱법칙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갈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VC, 벤처캐피탈이 정규분포를 부정해야하는 이유
벤처캐피탈. 영어로는 (ad)Venture Capital라고도 합니다. 전통적인 투자 자산들은 모험자본이라고 일컫어 지는 VC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VC를 이해하기 위한 첫 발자국 Power law, 멱법칙을 알아봅시다.

더더욱 심화될 불평등

이는 심지어 단순히 잘하던 회사가 더 잘해진다가 아닌 기업의 구조적 경쟁력 차이까지 심화되어서 해자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모든 스타트업들은 돈이 필요 없어지고 VC들은 망하냐가 아니라 새로운 쿠팡들의 등장이 연달아 나올 것 같습니다.

AI Token 괴물들의 등장

그래프를 보면 부가가치가 높은 일일수록 토큰의 사용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위에서 논의했다시피, Supernovas와 같은 기업이 아니라면 실제로 토큰을 많이 태우는 것은 구조적으로 원래 어렵습니다.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이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비용(Token Cost)"으로 치환된 것입니다. 마진율이 낮은 이유는 제조업처럼 원가가 비싸서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노동력(AI)을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오닉 AI의 박진형 님의 말 때문에 댓글창에서는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과연 AI 토큰의 사용량이 사람의 퍼포먼스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해도 되는가에 대해서, 위 영상이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댓글로 있지만 저는 실제로 악용하는 것조차도 AI를 잘 이해하고 잘 쓰는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Beliver 입니다.)

미래에는 AI 토큰 사용량이 곧 기업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토큰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전략적으로 태우는 기업"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API 비용을 낭비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쿠팡이 적자를 내며 물류 데이터를 쌓았듯, AI 스타트업이 토큰을 태운다는 것은 실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이전트를 학습시키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토큰 비용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해자가 됩니다.

black Tesla car GPS navigator
전세계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테슬라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전세계 텍스트 데이터의 수백배에 해당하는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해자를 쌓고 있는 테슬라의 위력을 생각해보면 저희는 이미 일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AI 스타트업의 후기 투자는 더더욱 돈놀이가 됩니다

테슬라도 실제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실현 이전에 상장을 성공하면서, 쿠팡처럼 엄청난 투자를 받아서 오히려 후기의 데스밸리를 건넜는데요.

Cursor의 기업가치 변화입니다. 1년 반만에 유니콘에서 29B 기업가치로 성장하였습니다.

Cursor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원수와 무관하게 성장만 할 수 있다면, 그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토큰을 태울 수 만 있다면 무지막지한 게임에 투자자들은 언제든 콜을 외칩니다.

그러면서 이 짧은 시간안에 투자받은 금액은 $ 3.2B 거의 5조원으로 쿠팡이 10년간 낸 적자의 80%를 1년 반만에 따라잡기라도 할 것 처럼 달리고 있습니다.

AI 스타트업은는 자본이 덜 필요할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생각과 달리 기업의 단계에 따른 투자나 자금 소요 메커니즘이 변화 하는 것을 잘 캐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Vertical Domain 데이터와 토큰의 중요성

테크 투자를 선도적으로 잘하는 Ribbit Capital에서 나온 Token Letter가 참 볼만 한데요. 블록체인 이야기를 빼놓고 보자면 굉장히 흥미로운 컨셉들을 여럿 던져주는데요.

서두에 던진 이 이미지를 이제와서 보자면 얼마나 사람들이 AI를 많이 사용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요지를 말하자면 미래의 기업들은 토큰 공장으로 봐야한다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에 지불하는 비용은 단순한 소모값이 아니라는 관점 하에서, 기계는 우리에게 토큰만을 요구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토큰을 소비하고, 기계는 그 대가로 생각과 아이디어를 줍니다. 이것은 자본의 소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능을 생산하는 디지털 엔진인 '토큰 팩토리'를 짓고 가동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수 많은 AI 처리를 하는 것 자체는 무언가의 발전을 의미하는 거고 이는 결국 해자화 된다고 보자는 내용입니다.

이걸 AI 이전의 IT씬으로 치환 하자면 소스코드가 몇 줄인지가 경쟁력 높은 소프트웨어냐고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지만 현재의 시장에서는 다른 이야기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결국 토큰을 열심히 사용하는 인간보다 결국은 미리 세팅된 구조화된 에이전트가 소비할 토큰이 훨씬 많고 이 현상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해도 thinking 모델이 아닌 질문은 아예 LLM에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 보일 투자자들의 모습?

투자할 회사가 얼마나 토큰을 태우고 있는지를 실사 할 날도 오지 않을까요?

일단 당장은 회사 안에서 어떤 AI 서비스들을 어느 수준으로 왜 사용하는지를 살펴보는게 첫 발자국 일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은 Claude Max를 각각 사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보니 이 글을 쓰면서도 뭔가 더 해야하는데 하는 조바심이 드네요.

김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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