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PE 일을 할 때, 개인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을 하나만 말하라 하면 "경제적 해자"입니다. 단언컨데 투자 대상 선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PE에서 일을 하며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어떤 회사에 투자 하시나요?" 입니다. 그에 대한 답을 할때는 주로 투자 대상으로 삼는 특정 Sector가 있을 수도 있고, 기업의 Stage가 될 수도 있고, Buy-out 혹은 Mezzanine 투자로 구분 지을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편한 대답으로는 그동안 투자해온 포트폴리오사들을 몇개 나열하며 그들의 공통점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에 투자합니다."

위의 답변은 PE일을 하며 투자 대상 기업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스스로 고민하는 지점임과 동시에 개인 투자를 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판단 기준입니다. 테크니컬하게는 valuation 판단 지표로 ROE가 어떻고 PEREV/EBITDA가 몇배이고 EBITDA Margin이 얼마나 우수하기 때문에 좋은 회사라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있으나, 그것들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결국 "경제적 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독점 스타트업 vs 신규 진입 스타트업: 승자를 찾고 싶어하는 투자자의 눈
1년만에 손익이 5000억원 좋아진 기업이 있습니다.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한 엄청난 성과인데, 그 때문에 행복해진 대상들은 누구일까요? 고객? 파트너? 주주 입니다.

앞서 장투준님이 독점 스타트업에 대한 글에서 '배달의 민족', '아마존'과 같은 독점 사업구조를 구축한 기업들의 예시를 들었는데요. 해당 기업들도 경제적 해자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해자

과연 경제적 해자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Economic Moat라고 하는데요. Moat은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못으로 외부의 침입으로 부터 성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기업이 경제적 해자를 구축했다는 것은 경쟁사로 부터 경쟁우위와 진입장벽을 갖추었으며, 나아가 브랜드 구축 및 가격 결정권을 확보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해자의 4가지 요소

경제적 해자의 조건으로는 크게 4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무형자산, (2)전환 비용, (3)네트워크 효과, (4)규모 및 원가 우위
각각의 해자에 대해서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1)무형자산(라이선스, 브랜드, 특허)

라이선스는 무형자산 경제적 해자 중, 가장 객관적인 해자로 볼 수 있습니다. 라이선스를 요하는 업종의 경우 적용되는 법에 의거 제한된 수의 기업에게만 상한수를 정하여 영업권을 허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규 진입 및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라이선스 업종은 청과물 도매법인입니다. 서울시에는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에서 농수산물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요. 도매법인의 경우 아래와 같이 서울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이하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에 의거하여 각 시장 별 상한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 제5조 [별표3]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하"가락시장")에는 6개, 강서 농산물 도매시장(이하"강서시장")에는 3개의 도매시장법인(이하"도매법인")이 상한 수가 정해져있고, 이미 농협을 포함하여 상한 수를 채워 각각 6개, 3개의 청과물 도매법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 도매법인은 모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제23조에 의거하여 요구 되는 임원의 자격, 자본금 규모, 거래규모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만 진입이 가능하며, 5년을 주기로 라이선스를 갱신 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왜 청과물 도매법인의 지정요건을 서울시 조례와 농안법을 통해 이렇게 까다롭게 정해두고 라이선스를 갱신 발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청과물 도매시장의 유통 구조를 간단히 살펴봅시다.

청과물 도매시장 유통 구조

보통 농사는 작물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1년 동안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하게됩니다. 대량으로 농사를 하는 경우 농산물의 특성상 기한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선 한 해 잘 키운 과일, 채소를 빠른 시간안에 팔아야합니다. 결국 농민들은 좋은 가격을 받고 대량의 농산물을 확실한 결제대금을 받고 팔고 싶은 니즈가 있고, 도매법인은 해당 농산물을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과 매매참가인에게 위탁 판매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유통 과정의 중간에 있는 도매법인이 망해서 결제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도매법인을 통하지 않고 중도매인과 거래하다가 중도매인이 농산물을 팔지 못해서 미수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농산물 시세를 잘못 알고 너무 싼 가격에 팔아서 손해를 봤다면? 등 도매법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농민 입장에서 감당해야할 Risk는 정말 많습니다.

결국 도매법인은 중도매인과 출하자(농민)사이에서 결제대금을 확실히 지급하며 신용공여 역할을 수행하며, 대량의 농산물을 집하, 분산, 보관, 하역하는 물적 유통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도매법인을 아무 곳이나 허가해줬다가 해당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보게 되므로 정부 입장에선 보다 확실한 신용공여 주체를 선정후 관리하는 방법이 주요했을 것이라 보입니다.

또한 도매법인은 농민들에게 거래대금의 일부를 출하장려금으로 지급하며, 농사를 짓기 전 파종 단계에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출하선도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년에 걸쳐 자본이 투입되고 수확시기에 한 두번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지급되는 출하선도금은 농민들에게 유용한 자금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서울 가락시장 및 강서시장 도매법인 현황

한편 가락과 강서의 도매법인은 주로 대기업 또는 특정 오너가 대부분 소유하고 있으며, 과거 사례를 보면 2015년 동화청과가 칸서스PE에 의해 인수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후 2016년에 칸서스PE는 서울랜드에게 다시 매각 , 2019년에 신라교역이 최종적으로 인수하였습니다.

현재 PE가 주요 주주로 있는 청과물 도매법인은 강서시장의 서부청과, 구리시장의 구리청과가 있습니다. 서부청과는 지난 2022년 아이젠PE가 인수하였으며, 구리청과는 2019년 웨일인베-포시즌캐피탈이 인수하였는데요. 그 중 구리청과는 다시 매각이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이미 다른 도매법인들은 대부분 대기업 혹은 특정 오너가 보유하고 있어 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PE가 보유중인 두 곳의 희소성은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과물 도매법인에 이토록 PE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라이선스로 인한 진입 장벽외에도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인한 꾸준한 현금창출 및 예측가능한 성장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상황에서 작황에 따라 흉년에는 P가 오르고 풍년에는 Q가 오르기 때문에 농산물 경매를 통한 거래대금의 일정 %를 수수료로 수취하는 비즈니스는 꽤나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도 알아보겠지만 예측가능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은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의 꽤나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어쩌다 한 번 운 좋게 좋은 실적을 낸 기업 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실적을 달성해온 기업이 향후에도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 곳들은 유사한 실적에서도 더 높은 멀티플을 받아 거래되곤 합니다.

음료브랜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3
코카콜라 광고 中

무형자산 해자 중 라이선스에 대해 꽤나 길게 알아봤는데요. 그 외에도 브랜드 관련 무형자산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여름에 갈증이 나서 편의점에 가서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자연스럽게 코카콜라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해당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어 강한 해자를 구축한 사례인데요.

나이키 광고 中

운동화, 운동복을 사려고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Just do it! 나이키가 떠오르시진 않았나요?

제조업의 경우에는 각각의 제조 공정에 대해 특허를 통한 진입 장벽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많다는 것은 연구개발에 힘써 기술적 차별성을 갖춤과 동시에 진입장벽을 차츰 쌓아간다는 방증입니다.

(2)전환비용(경제적 비용, 심리적 귀찮음)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애플 생태계가 있습니다. 아이폰을 오래 사용하던 사람은 쉽게 안드로이드 폰으로 전환하지 못하는데요. 특히나 아이패드, 에어팟, 맥북 및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애플 생태계에 종속성이 강해지게 됩니다. 심지어 요즘엔 다들 애플워치 하나쯤 있어야 하고 아이패드 사용자라면 애플 팬슬 정도는 함께 구매해줘야 합니다.

The evolution of the Apple ecosystem

애플이 위대한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이폰 출시를 기점으로 기술적, 디자인적 혁신도 있었지만 생태계를 직접 구축하고 사용자들을 더욱 강하게 종속시켜 전환비용을 확 늘려버린 게 주요했습니다. 결국 애플은 강한 폐쇠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고객전환비용을 부과하였습니다.

Source: Goldman Sachs Research Survey of Apple Device Owners. May 2012.

그 결과 2012년 설문에 의하면 21%의 IOS 유저는 애플이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생태계를 떠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아마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등이 출시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그 전환비용은 더욱 증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애플의 High switching costs 관련 해자는 위에서 알아본 브랜드 무형자산과도 연결되는 핵심 해자입니다. 강력한 브랜드와 높은 전환 비용을 바탕으로 애플은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였고 가격을 올리더라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 해자를 구축한 셈입니다.

(3)네트워크 효과(남들이 쓰기 때문에 나도 써야한다)

저는 네트워크 효과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판단 근거는 일상의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후 헤어지며 "응 카톡할게~" 혹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혹시 당근이세요?" 라는 말은 이제 일상적인 언어가 됐습니다.

출처: 제일기획 매거진: 혹시.. 당근이세요?
"연락한다는 말을 대체해버린 카톡할게"
"중고거래라는 말대신 당근"

결국 네트워크 해자가 발현되기 위해선 모두가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혹은 자연스럽게 나도 사용하게 되는 구조를 만족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유형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의 유형을 고민해봐야 하는데요.

단면 네트워크(One-sided Network)는 동질의 사용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그룹내에서 연결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이고 양면 네트워크(Two-sided Network)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사용자 그룹간의 연결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다
출처: Organic Media Lab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이 동질의 사용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그룹내에서 연결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를 단면 네트워크(One-sided Network)라 하고, 당근마켓 아마존과 같이 판매자와 구매자로 구분되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사용자 그룹간의 연결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를 양면 네트워크(Two-sided Network)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성장 플라이휠

아마존의 네트워크 효과를 아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 글이 있어서 해당 글을 소개드립니다.

아마존의 네트워크 효과: 아마존은 어떻게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을 극대화시켰는가? (Network Effects of Amazon)
<추천 포스트: 경험이 광고다: “아뇨, 우버를 불렀어요”> 지난 글에서는 네트워크 효과의 기본 개념을 살펴보고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왜 노드가 아닌 링크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그럼 네트워크 효과는 실제 비즈니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막연히 많은 숫자가 더 많은 숫자를 낳는 것이 네트워…

결론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되고 그 첫 구간을 잘 설계하여 임계점을 넘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형성 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규 진입업체는 단시간에 따라오기 힘든 장벽을 형성하게 됩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장투준님의 독점 스타트업 관련 글에서도 등장한 배달의 민족 역시 해당 플랫폼에 등록된 식당이 많고 리뷰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더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식당들이 등록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규모 및 원가 우위(더 큰 규모로 더 낮은 원가경쟁력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기업은 대량 생산을 할 수록 고정비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손익분기점 그래프(출처: 이코노와이드)

더 낮은 원가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이루거나 생산 프로세스의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PE가 접근하기 수월한 방식은 볼트온을 통해 유사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음 부턴 생산 과정 뿐만 아니라 유통망과 배송망을 구축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물량에 대해선 추가적인 고정비가 거의 없이 이익으로 실현할 수 있는데요.

PE의 볼트온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폐기물 업체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폐기물의 처리 과정

폐기물은 위와 같이 사업장 폐기물, 생활 폐기물로 구분되며 해당 폐기물은 수집/운반 후 소각된 다음 최종적으로 매립이 이루어집니다. 폐기물은 수거하면서도 돈을 벌지만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 및 전력을 판매하고 있으며, 폐기물 분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SRF는 연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니들이 바이아웃을 알어?(feat.코스닥 괴물 에코프로비엠을 탄생 시킨 PE)
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시장이라면, PE 투자의 꽃은 Buy-out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영권 인수 후 PMI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는 다양한 전략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실제로 이전 글에서 볼트온에 대해서 잠시 다룰때 한앤컴퍼니의 투자사례를 소개드렸는데요. 2016년 초에 쌍용양회(쌍용C&E)를 인수 하였으며, 이후 쌍용C&E의 폐기물 사업부문 자회사 그린베인을 통해 다양한 폐기물 회사를 추가적으로 인수 하였습니다. 쌍용C&E는 시멘트 회사인데요, 시멘트의 원료로 유연탄이 사용되는데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형연료인 SRF가 유연탄을 대체 하는 원료로 사용되어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source: 데일리포스트 기사,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6533)

위와 같은 볼트온은 다양한 폐기물 value chain에서도 가능한데요. 만약 PE가 사업장 폐기물 수거 업체 A, 생활 폐기물 수거 업체 B, 소각 업체 C, 매립업체 D를 모두 인수하여 볼트온 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럼 A, B 업체를 통해 수거한 폐기물을 C 업체에서 소각하며 스팀과 전력 판매 매출을 실현하고, 이후 D 업체로 매립하여 폐기물 처리 전과정에 대한 Value chain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폐기물 중간처리 마진 내재화 및 기존 폐기물 수거 반경 내 사업장 경유를 통한 운반비 절감이 가능한 건 추가적인 upside이며, 더 많은 폐기물을 수거하고 처리함으로써 가동률을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폐기물 산업 허가 승인 절차

폐기물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잘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시임과 동시에 라이선스 및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알아본 무형자산(라이선스) 해자 또한 갖춘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 및 환경공단 등 까다로운 검토기준을 바탕으로 폐기물 관련 허가 승인을 필수로 받아야 하며, 특히 매립지의 경우 국토 면적의 한계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알아본 청과물 산업은 사람들이 먹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만큼 생활하며 발생하는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 또한 안정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출총이익을 보면 경제적 해자가 보인다!

FCF(잉여현금흐름), ROE(자기자본익률)도 함께 보면 더 좋다.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기업인지를 확인하기 좋은 지표를 재무제표에서 찾고 싶다면 매출총이익을 잘 관찰하면 됩니다.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

매출총이익은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

제조업의 경우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원가가 있는데요.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경쟁을 의식하여 판매단가를 낮출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결국 마진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되기 마련이죠.

안정적인 월마트 매출총이익(2005~2014), 출처: Oldschoolvalue

2005~2014년 동안 월마트의 매출원가율은 약 75% 수준,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은 약 24~25% 수준을 유지하였습니다. 이처럼 일정한 수준의 매출원가율은 예측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PE에겐 향후 수익성을 가늠하기 좋은 기업으로 다가옵니다. 만일 매해 매출 및 매출총이익률이 들쑥날쑥하다면 실적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매우 떨어져 장기간에 걸친 투자 수익 및 Valuation이 어려워 Discount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Walter Energy의 매출총이익률 추이(2004~2013년), 출처: Oldschoolvalue

Walter Energy의 매출총이익률 추이를 보면 매년 변동이 심하고,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Margin이 더욱 저하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해당 업종을 보면 가격 결정권이 회사측에 있지 않고 시장의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포지션에 위치하여 경제적 해자가 없는 기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알아본 애플, 나이키와 같이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가격 결정권까지 보유한 기업은 인플레이션에 준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가격 인상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매년 매출총이익률의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매출총이익 말고도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라면 수익성 지표가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FCF(잉여현금흐름)과 ROE(자기자본이익률)도 함께 찾아보면 도움이 되는데요. 기업이 속한 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FCF가 매출액의 5%이상, ROE는 장기간 약 15% 이상을 유지하면 어떤식의 경제적 해자가 숨어있는지 관심있게 들여다 봐야합니다. FCF가 높다는 것은 기업의 주요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배당 등을 통해 주주 환원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Capex가 단기간에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현금 창출이 꾸준히 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경제적 해자를 알아보는 눈

그래서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을 어떻게 발굴하고 투자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다니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산업에 대해 공부할 때 Value chain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기업이 라이선스 및 사업구조적으로 확실한 진입장벽과 경쟁우위를 갖추었는지가 우선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미 검증되고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의 기업은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덜하지만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다음 PMI를 통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여 Value-up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야 말로 PE의 진짜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