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 : 난장판 중 벤처 자본의 역할

이번 사건을 한마디로 지금 정리하자면 뱅크런을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VC들의 섣부른 행동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본인 포트폴리오들에게는 안정성을 더해줬으니 저는 이런 냉혹한 세상에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이라고 봅니다.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 : 난장판 중 벤처 자본의 역할
이번 사태 때 VC들은 선과 악 중 무엇이었을까요?

누가 먼저 소식을 전했냐는 호사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피터 틸의 Founders Fund, Union Square Venture에서 실리콘밸리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빼야한다고 포트폴리오사들에게 조언해주면서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이 벌어졌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실리콘밸리 은행의 보유 자산이 2090억 달러, 예금은 1754억 달러로 자산이 344억달러 (44조 원) 이상 많기 때문에 지급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데 VC들의 포트폴리오사 경고를 필두로 스타트업 업계도 좁아서 결국 소문이 퍼지고 퍼져서 다들 인출을 해가니 결국 뱅크런이 일어나 유동성 위기가 왔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 떴었다는 SVB 관련 뉴스

우리나라에서 법정관리를 하듯, 미국에서도 FDIC 기관에서 실리콘밸리 은행을 넘겨받아 계좌당 $ 250K(3.3억원 수준)까지만 보호가 되고 그 이상의 예금이나 자산은 당장 지급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SVB에 예금을 넣어둔 스타트업들은 향후 자산 처리 및 순차적 지급을 통해 예금을 지불 받을 수는 있겠지만, 스타트업의 운영에 있어 현금의 값어치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지불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미국 상업 은행중 16위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은행은 해당 기사의 본문에 나왔듯이 스타트업이 VC의 자본 납입 직전(투자 확약)의 일시적 현금 흐름이 막혔을 때 벤처대출을 진행해주는 등 다른 은행들이 해주지 않는 스타트업 전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주어 많은 스타트업들의 우선순위가 높은 은행이 되었습니다.

미리 경고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빠르게 인출하였습니다. 심지어 SVB에서 신용한도를 최대한으로 당겨 인출까지 한 스타트업들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Y-combinator에서는 현재의 사태를 촉발시키기도 한 기관임에도 정부를 향한 아래와 같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정부측 구제 금융에 대한 호소

Y-combinator 포트폴리오 기업의 1/3이 실리콘밸리은행의 계좌만을 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허용된 3.3억의 예금 인출 만으로는 최소 30%의 월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49만 팔로워를 가진 YC 대표의 한마디

SVB 파산에서 벤처 자본의 역할

위에서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이 'VC들의 오해 때문이다'라는 말은 있지만, 반대로 저런 조언이야말로 정말로 벤처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사들에게 해야하는 서비스이자 순기능이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투자사의 말을 믿고 예금을 옮긴 스타트업들은 현금 문제를 겪지 않고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사들에서도

단지 예금 은행을 바꾸는 수고로움 > 1%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

을 비교하여 조언을 한 Founders Fund, Union Square Ventures는 당연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Greenoaks Capital Partners는 2022년 11월에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에게 실리콘밸리 은행의 예금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고 조언하였다고 합니다.


자본은 단지 자본일 뿐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투자사, 자본에 다양한 색과 역할을 투영하려는 투자사 등 굉장히 다양한 가설들이 시장에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1. 벤처자본도 그냥 돈이다. 돈은 무색무취하다

DST Global - Facebook의 암울기 흑기사,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면서도 이사조차 선임하지 않으면서 당시 타 투자사의 밸류대비 20%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러시아계 투자사 - 국내에는 마켓컬리, 당근마켓, 플렉스, 마크비전(국내로 봐야 하나요?)를 투자함
미국 투자사들은 큰 지분의 투자 후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관습화 되어있는데 그 관습조차 깨면서 투자사의 역할을 과대해석하지 않으려고하는 투자사

2. 벤처자본은 혁신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함

A16Z를 필두로 수 많은 역할을 범용적으로 대신해주는 벤처캐피탈들이 있습니다. A16Z는 할리우드의 Creative Artists Agency를 벤치마크하여 운영하고있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여 에이전시, 에이전트격의 역할을 함.

2017년 퍼블리에서 나온 '한국의 벤처캐피탈리즘 그리고 벤처캐피탈' 내용 발췌

3. 금융의 자체의 역할을 최대한 극대화하여 스타트업에게 가치제안을 해야함.

사실 대부분의 미국 VC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이사회 참여, 복잡한 투자 계약을 통한 권리 관계 설정. 실질적인 스타트업 주주로써의 역할을 명시적으로는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는 법령 상 타자간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 미국처럼 자유로운 자본적 행위가 불가능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4. 치어리더형 투자사

벼랑 끝의 VC 산업
VC 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였습니다.

위 글처럼 현재 벤처캐피탈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 와중에,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치어리더형 투자사도 많은 것 같습니다.

투자사들은 스타트업들에게 아무 의사결정도 안하는 것을 가장 큰 과오라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투자사들은 이럴 때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요?


SVB 사태에서 그렇다면 벤처캐피탈들이 했어야 할 역할은?

업계고, 시장이고 다 과도한 시각이라고 생각하고 투자사는 스타트업 보호, LP의 자금 보호를 위한 발빠른 액션을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건이 터진 후 가능한 유일한 액션 -> 은행에서의 빠른 예금 인출 경고
  • 사건 터지기 전 -> 투자사가 보고 있는 현재 금융 시장에 대한 다양한 Action Item 공유 및 과거에 벌어졌던 수 많은 특이케이스에 대한 공유

금융시장을 더 잘 이해하기에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액션은?

사실 주식시장이 성장하고 있던 시절만 함께 해왔던 저의 일천한 경력과 경험만을 생각한다면 조용히 있는게 최선일 테지만, 지금은 그런 소극적인 행동을 할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 현재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이 취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 확대
    -> 후기 투자사에서 제 포트폴리오를 지켜볼 때의 객관적인 시각 공유, 현실적인 마일스톤에 대한 상황 인식 지원.
  2. 한국 금융 시장 특성상 현금 유동성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제도 안내
    -> 벤처대출, 보증 연결, 금융권 프로그램 추천
  3. 정부지원 사업 연결 -> 이 부분은 더 확대할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혼자 일하고 있기에 쉽지 못하고 앞으로 더 확장하면 유리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투자한 스타트업들과 어떻게 소통하는게 옳은지, 절대 선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단순 현재 존재하는 문제들에 집중해서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에 그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공개된 BZCF의 khosla ventures의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어가게 되어서 이렇게 달아 놓습니다.

항상 명심하고 있는 VC의 딜레마
그렇지만서도 의견을 내는 이유

저의 투자를 받은 포트폴리오사 대표님들은 모두 저의 이런 성향과 챌린지를 예상하고 투자를 받으셨으리라 믿고,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 회사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나오기에 어린놈, 어린자식의 이야기라도 다들 들어주시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SVB에서 결국은 저에게 용기를 준 영상으로 글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데, 이번 사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뱅크런을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VC들의 섣부른 행동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본인 포트폴리오들에게는 안정성을 더해줬으니 저는 이런 냉혹한 세상에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샤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다루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들어와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낭만투자파트너스
#벤처캐피탈 #블로그 #스타트업

이번 사건에서 제일 최악인 내용

별개로 지분 전량을 미리 매각한 CEO, 지분의 32%를 선 매각한 CFO가 정말 최악이네요.

공시자료

영화에서만 본 빅쇼트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업계 종사자로써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