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VC 산업

VC 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였습니다.

벼랑 끝의 VC 산업
[Agenda]
- 들어가기 앞서
- 역방향 패러다임 시프트
- 금리 인상이 VC산업을 위협하는 이유
- 하지만 정책자금이 있잖아요?
-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게임
- 가설 1 : 전문성에 대한 재정의
- 가설 2 : 금융 구조에 대해 질문 던지기
- 퐁피두 센터

들어가기 앞서

저는 이제 경력 2년을 조금 넘긴 벤처캐피탈리스트입니다. 그렇기에 여느 신입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이 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바는 굉장히 미시적이고 제한적입니다. 제 관점에서 VC 산업을 얘기하는 것은 절대 대표성을 띄지 않으며, 심지어 틀린 내용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낭만투자파트너스의 존재 목적이 그렇듯, 산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화하고 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투자자의 포지션에서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투자 대상 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플레이어로서 앉아 있는 VC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향후 제가 말씀드리게 될 모든 미숙한 주장과 오류 섞인 근거에 대해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너른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기대합니다. VC 산업에 대해 저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분들과, 정반대의 대답을 가진 분들 모두와 대화하고 더욱 배우고 싶습니다.

낭만투자파트너스 오피스 아워
안녕하세요. 낭만투자파트너스입니다. 아직 신생 벤처 투자 블로그인 저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곳까지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시는 만큼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부득이 하게 물리적 제약이 있어서 저희의 대화가 성장에 실질적 도움 되시는 팀들과 우선적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뵙기 이전에 저희가 지금 이 페이지에 도착해 계시는 분과 고민하시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질문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또한 열심히 살펴보고 함께 고민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역방향 패러다임 시프트

벤처투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매년 벤처투자 시장의 규모는 기록을 경신하였고, 이는 수많은 스타트업 성장의 주춧돌이 됨과 동시에 많은 인력과 자금을 벤처 시장으로 유입 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벤처투자 산업은 역사적으로 매크로의 변화라는 해류가 생성될 때마다 크게 도약했습니다.

첫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전반기부터 시작된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닷컴버블'이었습니다. 1994년에 설립된 Netscape와 Amazon, 1995년에 설립된 Yahoo!는 모두 벤처펀드의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하였고, 연이은 인터넷 기업 IPO의 성공은 1991년 미국에서 40개에 불과하던 벤처펀드의 개수를 2000년 400개로 증가 시켰습니다. 소위 WEB1.0 트렌드가 현대 VC 시장의 개화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죠.

두 번째 시기는 2007년 아이폰의 출시로부터 촉발된 '모든 산업의 모바일 전환'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약 10년 간 모바일은 게임, 커머스, 모빌리티, 금융, F&B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 구조를 뒤집어 놓았고 빠른 모바일 전환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스타트업들이 전통의 대기업을 물리치고 조 단위 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벤처투자 산업 역시 모바일 해류를 잘 인지한 하우스, 펀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초기 투입 자금에 비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이었기에 소위 '먹을 떡'이 많았고, 자본효율이 좋은 분야여서 전통적인 금융 자본 역시 벤처투자 시장으로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WEB2.0은 VC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2021년의 시기에는 국내 기준으로도 각 메인 산업에서 1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갖는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였고, 약 10년 간 모바일 전환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VC들은 Next Big Thing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고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등장했지만 앞선 해류들과 결이 닿아있는 WEB3.0 키워드가 새로운 상방 압력의 후보군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2022년의 말미에 다다른 지금 아마 VC 산업은 그토록 찾던 Next Big Thing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존의 Big Thing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한 상방 압력이었다면, 향후 10년을 좌우할 Big Thing은 '금리 인상'에서부터 촉발한 하방 압력이죠. 전방산업을 바탕으로 번영하던 VC 산업은 후방산업으로부터 생존의 과제를 부여 받고 있습니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금리 인상이 VC 산업을 위협하는 이유

2022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수 년간 0%대에 머무르던 미국 중앙은행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기점으로 매크로 경제 상황은 대대적으로 타격 받고 있습니다. 이미 고밸류로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더 높은 밸류로 신주 발행 형태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모든 스타트업은 기업가치를 낮추어 신규 투자를 유치하거나 매출/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VC 에서는 큰 규모의 투자 손실을 입고 있거나 사후관리에 어마어마한 리소스를 쏟고 있는 것은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2023년도 상반기 미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수정하고 미국 중앙은행 금리 기준 5%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분들은 금리 동결은 시장의 투자 심리에 좋은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고 기업의 평가가치 또한 다시 올라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 매크로 환경은 예상을 할 수 없기에, 시간이 지나고 지켜봐야 할 문제고 함부로 속단 하기에는 이르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리 인상은 VC의 다른 절반의 업무이자 업의 존재 근거가 되는 LP 대상 펀드레이징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연도별 국내 청산 벤처펀드 수익률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단위: %)

파란색 그래프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간한 보도자료 상 국내 청산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약 50개의 펀드가 청산되었는데, 평균적 회수기간은 7년~8년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결성된 펀드가 청산한 2016년을 제외하면 국내 벤처펀드는 5~9% 수준의 청산 수익률을 보이고 있었고, 호황장의 불꽃놀이 시간이었던 2021년에는 12.4%를 달성하며 역대 최고를 달성하였습니다.

주황색 그래프는 동기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이를 나타냅니다. 수 년동안 2% 미만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최저 0.5%까지 기록하는 제로 금리 시대가 열렸습니다.

민간 LP는 펀드 출자 판단에 있어 조달금리와 기대수익률을 고려하게 됩니다. 물론 펀드의 만기가 길기 때문에 출자 판단 당시의 예상과 실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재의 조달금리와 현재까지 보여지는 기대수익률을 기반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죠. 민간 금융기관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그때까지 보여준 펀드 수익률을 기반으로 출자 시 기대 수익률을 책정하게 됩니다. 즉 이와 같은 관점에서 파란색 그래프와 주황색 그래프의 간격을 '출자 매력도'라고 치환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국내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 매력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였던 동시에 벤처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가 좋아지면서 벤처 투자의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2년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2년 11월 기준 3.25%까지 인상되었고, 2022년 12월 기준 미국 기준금리가 4.5%까지 인상하였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국내 기준 금리 역시 4%대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이미 캐피탈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조달금리는 6~7%까지 인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벤처 펀드의 기대수익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극단적으로는 2016년의 청산 펀드 수익률처럼 기준금리 미만으로 예상할 수도 있으며,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벤처 시장 역대 최고 호황기였던 2021년을 제외한 예년 수준인 5~9% 수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정의한 출자매력도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1~3% 수준에서 마진을 '긁어내야 하는' 시장이 도래한 것이죠. (혹은 마이너스일 수도 있고요.)

먹을 떡이 없어진 벤처투자 시장

그렇기에 지금부터 벤처 펀드는 매력 없는 금융 상품입니다. 과거에는 리스크는 컸지만 조달금리에 비해 평균적인 기대수익률이 높았고, 심지어 가끔은 수십 배 대박이 나기도 했기에 자본이 몰릴 이유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벤처펀드의 리스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더욱 커진 상황이지만, 조달금리는 올라왔고 평균적인 기대 수익률은 하향되고 있습니다. 재원 분배 관점에서도 기준 금리 상승으로 인해 벤처펀드보다 훨씬 리스크가 적으면서 기대수익이 높은 대체 상품들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금융 그룹들은 VC 비히클을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알려진 다올투자증권의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설이 대표적으로 표면 위로 부상한 사례이고, 향후 전반적인 금융 시장에서 벤처 투자씬으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정책 자금이 있잖아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기저에는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으로 대표되는 정책자금이 있습니다. 모태펀드와 성장금융은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 기술 혁신 등 국가 정책 상 중요한 목적을 갖고 벤처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벤처펀드 총 결성액 9조 2,000억원 중 약 30%인 2조 7,500억원이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부문에서 직접 출자되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정책자금이 출자사업 진행 시 펀드 별 최소 결성액의 30%~70% 수준을 마크업 해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자금을 레버리지하여 결성된 펀드 총액은 국내 총 벤처펀드의 과반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책적 목표와 닿아있는 자금이기에 현재 도래하고 있는 하락장에서도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 자금 역시 생각해보아야 할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2023년 모태펀드의 벤처 펀드 출자 예산이 크게 삭감되었습니다. 2022년도 모태펀드의 출자 예산은 5,200억원 수준이었던 반면, 지난 주 예산 증액안의 파행이 확정 됨에 따라 2023년도 출자 예산은 작년의 60% 수준인 3,135억원으로 정해졌습니다. 동시에 2020년 말 165개였던 VC의 숫자가 2022년 9월 229개로 증가하였음을 고려할때, VC 들은 마냥 정책자금에 의존할 수는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모태펀드 예산 올해 比 절반 확정…출자 대상은 일반사모까지 확대
모태펀드 예산 올해 比 절반 확정…출자 대상은 일반사모까지 확대

또한 정책자금 중 각 국가행정조직의 주도 하에 결성된 펀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모태펀드에는 각 행정조직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출자사업을 진행하는 예산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모태펀드의 문체부, 농림수산부, 과기정통부, 보건복지부 계정 등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재무적 수익을 크게 내기는 어려우나 국가의 기반으로서 육성해야 할 의무는 존재하는 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집행하게 되어있습니다. 출자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기준수익률을 최저 1%로 설정하는 등 사실 상 '잃는 투자'를 전제하기에 해당 계정으로 결성된 펀드들의 기대수익률을 높게 설정하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또한 정책자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펀드별 최소 결성 금액의 30%~70% 수준을 담당하기에 VC가 민간 자금 등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은 지속 유지됩니다. 그런데 민간 자금은 빠르게 얼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 실제로 출자사업에 선정 되었음에도 최종 결성에 실패하는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게임

벤처 투자의 존재 가치는 돈 보다는 조금 더 낭만적일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의 존재 근거는 어쩔 수 없이 당연 '돈'입니다. 지금까지는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업이 지속가능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를 마주했습니다. 벤처투자 산업의 성장 역사와 역대 금리 기조를 결부하여 생각해보았을 때, 현재의 환경은 어떤 사람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게임의 룰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플레이 북 역시 완전히 새로 작성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VC 산업은 더욱더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아래 내용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해답은 없고 질문만 드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설 1 : 전문성에 대한 재정의

VC 산업의 다운사이클을 맞이하여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첫 번째 내용은 'VC 업의 전문성에 대한 질문 던지기'입니다.

저는 미국 VC의 웹사이트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VC들은 스스로를 SaaS 전문, Marketplace 전문, Brand 전문, Web3 전문 등으로 칭하는데, 국내 VC들은 많은 경우 '돈 되는 것 다한다' 혹은 소재/부품/장비 전문, 콘텐츠 전문 등으로 칭하네. 무슨 차이일까?"

미국 VC가 전문성으로 부르는 영역은 '사업의 형태'에 대한 키워드입니다. 예를 들어 Marketplace는 화장품 커머스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고, 프리랜서 구인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 VC가 전문성으로 부르는 영역은 대부분 산업 도메인에 대한 키워드입니다.

전문성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의 축

국내 VC가 산업 도메인을 전문성의 키워드로 가져가는 이유는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돈의 출처' 때문인듯 합니다. 대한민국의 행정조직은 한국표준산업 분류에 따라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책자금 기반의 출자사업은 각 조직의 정책적 목표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VC들은 각각의 산업 도메인을 전문 분야로 가져가는 것이죠.

물론 각 산업은 Value-chain 을 그릴 수 있고 그 위에서 투자를 하는 행위는 실제로 각 블록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됨과 동시에 도메인 지식을 쌓을 수 있기에 유의미한 형태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을 예로 들었을 때, 유통 플랫폼 '왓챠'에 대해 투자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서도 투자 판단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사업의 형태를 전문성의 키워드로 제시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투자 판단의 공식을 수립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각 산업 도메인마다 fine-tuning을 해야 하지만, 사업 형태 중심의 사고는 가장 기본적인 Valuation 로직부터, 트래픽 지표에 대한 판단 근거, BM에 대한 판단 근거, 성장 방식에 대한 판단 근거 등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장투준 님은 B2B SaaS라는 사업 형태를 투자자로서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죠. 국내에서 B2B SaaS 전문 VC 영역을 개척하는 투준님께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두 번째로는 입체적인 사고입니다. VC는 창업팀 사이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사업 형태를 중심으로 노하우를 쌍방으로 전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창업팀들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의 아이디어를 이종산업으로부터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SaaS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는 포트폴리오 팀을 초청하여 SaaS day를 개최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제 VC 산업은 기존보다 훨씬 더 예측 가능한 형태로 기대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VC들은 업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투자 판단과 사후관리의 체계성을 압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실험] 혹시나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실테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Community-driven 비즈니스를 정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낭투파의 아티클을 통해 Community-driven 비즈니스에는 새로운 투자 판단의 로직이 필요한 이유 (ex. 6시간 만에 만든 프로덕트가 유니콘이 된 이유, 나이키는 WEB3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Community-driven 비즈니스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ex. 틱톡이 음악 산업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방법, 나이키가 폭리를 취하는 리셀러를 방관하는 이유, 춤도 돈이 되나요?) 등을 사례로 녹여서 적었습니다.

관련하여 커머스 중심의 Link-in-bio 서비스를 운영하는 ABZ(인포크링크), 해외 팬덤을 중심으로 K-POP 유통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Kai Media(Hello82), 크리에이터/브랜드 대상으로 NFT 기술을 활용한 WEB3 커뮤니티 빌더를 만들고 있는 라굿컴퍼니(Mybias) 등에 리드 투자하였습니다. 산업 도메인 기준으로는 다르게 분류되는 기업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두 다 동일한 로직으로 투자하였고 창업팀들과 함께 업을 재정의 해보고 있습니다.


가설2 : 금융 구조에 대해 질문 던지기

VC 산업의 다운사이클을 맞이하여 연구하고 있는 두 번째 내용은 VC 금융 구조 개선 가능성 여부입니다. VC 산업 종사자 분들과 투자유치를 받으시는 스타트업 분들은 국내 VC 시장에는 거의 똑같이 생긴 '우선주 표준 계약서'가 존재함을 아실 겁니다. 물론 100가지 투자 건에게는 100가지 투자 형태가 존재하지만, 가장 표준적인 투자 방식을 말해보라면 '정책자금 기반의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5년 이상의 회수 기간을 예상하며 우선주 형태로 Equity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출자 사업의 목적 및 펀드 정책 등으로 인한 제약과 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수 년간의 시장 검증을 통한 안정성이 보장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금융의 변화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을 맞이하여 향후 10년 동안에도 위와 같은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예년과는 다른 수준의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증진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실험] 저는 Debt financing의 한 종류인 매출 거래 플랫폼 '레베뉴마켓'을 운영하는 브이원씨의 시드 라운드에 리드 투자하였습니다. 브이원씨에 대한 투자 검토는 '비록 나의 주된 업무는 스타트업 Equity 에 대한 투자지만, 역으로 스타트업이 Equity financing을 통해 자금유치를 받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크게 보았을 때 시도해보아야 하는 방향은 맞다.'고 언급했던 기억이 있네요.

매출 거래 플랫폼 ‘레베뉴마켓,’26억 원 시드 투자 유치 - 매일경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현금과 거래할 수 있는 매출 거래 플랫폼 ‘레베뉴마켓’이 26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크릿벤처스, Ignite Innovation, KB인베스트먼트, Western Technology Investment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로써 레베뉴마켓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35억 원이 됐다. 레베

벤처 투자 시장의 금융 구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해보고자 합니다. 고민이 너무나 부족한 영역이라, 많은 선후배님들께 지혜를 얻고 싶습니다. 같은 고민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면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퐁피두 센터

본 글의 표지 사진으로 붙인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현대 미술과 건축의 성지로 불립니다. 20세기 중반, 전 세계의 근대 예술 문화을 이끌었던 파리는 포스트 모더니즘 기조의 성장과 함께 런던, 뉴욕에게 위상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강한 문화정책을 펼친 퐁피두 대통령은 그 중심지로 주변의 파리 외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하이테크 건축 양식의 퐁피두 센터를 건립하였습니다. 물론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퐁피두 센터를 기점으로 파리는 근대 예술과 현대 예술을 모두 주도하는 예술의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VC 산업은 '퐁피두 센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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