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는 숫자 나오는 기업만 투자하나요?

가장 확실한 곳에 베팅하는 PE, 사실은 그 가치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PE는 숫자 나오는 기업만 투자하나요?
마라톤을 완주한 회사보단, 전력질주 하기 직전의 회사를 인수하는게 사실 제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We build value, not just buy assets.”

언젠가 해외 LP를 만나서 그들을 설득한다면, 제가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한 문장입니다. 글로벌 LP에게 출자를 받기 위해선 2가지가 설득되어야합니다.

  1. Why KOREA?
  2. 그 중에 꼭 너희 PE에 투자해야하는 이유가 뭔데?

사실 해외 LP 입장에서는 1번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애초에 Emerging Market으로 분류되는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왜 한국에 투자해야하는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2번에 좀 더 집중하여 다뤄보겠습니다.

너희가 다른 PE보다 뭘 더 잘할 수 있는데?

굳이 해외 LP를 만나지 않더라도 늘 직면하게 되는 질문이자, 스스로 증명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남들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 틀에 박힌 전략을 가져가면, 괜찮은 투자자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알파(초과수익)를 추구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경제적해자에 대하여

PE가 사랑하는 진입장벽: 독점기업의 경제적해자
PE 일을 할 때, 개인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을 하나만 말하라 하면 ”경제적 해자”입니다. 단언컨데 투자 대상 선정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지난 글에서 독점 기업의 경제적해자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경제적 해자의 조건으로는 크게 4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1) 무형자산, (2)전환 비용,
(3)네트워크 효과, (4)규모 및 원가 우위

PE는 어떻게 보면 답지를 보며 투자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VC는 초기 자본투자자로서 다양한 투자 대상을 검토하여 보석이 되기 전 원석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모험투자자 역할을 통해 그 원석이 보석으로 인정받는 순간 x10~100배 정도의 수익을 추구한다면, PE는 이미 정해진 기업의 성공 방정식(aka.경제적해자)라는 답지를 펼쳐두고 그에 해당하는 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말이죠.

이젠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아래의 지점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세대 PE, 2세대 PE, 3세대 PE

저는 한국의 PE에도 이젠 세대가 부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중반 처음으로 Private Equity가 도입될 무렵 등장했던 MBK, 한앤컴퍼니, IMM,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PE라는 단어가 알려지기 전부터 다양한 투자 사례를 성공시킨 1세대 PE는 이미 AUM 상위권에 모두 자리잡고 있습니다.

1.5~2세대 PE라고 할 수 있는 시기적으로 약간 다음에 설립되거나 1세대 PE에서 독립하여 새롭게 시작한 PE들 또한 어느덧 AUM 기준 5천억에서 1조 이상의 대형 PE로 자리잡았습니다.

Source: 한국금융신문

그럼 그 다음 2~3세대 PE들은 어떤 차별성을 보여줘야할까요? 기존의 투자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라만 해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경제적해자 기업 인수하기 vs PMI로 경제적해자를 직접 구축하기

PE를 단순히 설립된 시점 기준이 아니라 각 하우스별 단 건 투자 단위(Ticket size), 주요 투자대상 산업 섹터, 투자형태(Buy-out / Growth Capital / Mezzanine) 등에 따라 이미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직도 여전히 대다수의 PE는 "숫자가 잘 나오는 경제적해자가 구축된 기업들을 선호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그 경제적해자라는 것을 직접 인수해서 PMI를 통해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사실 경제적해자는 하루 아침에 구축되지 않습니다. 정부 혹은 유관 부서로부터 사업 관련 인허가를 부여 받고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 구축을 통해 수년간 증명하고, 여러 산업 사이클을 거쳐 살아남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일반적으로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의 PE 투자 기간을 고려하면 회사를 제대로 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기업가치 = EPS(실적) x Multiple

위의 기업가치 산정을 보면 결국 기업의 가치는 EPS 또는 EBITDA로 표현되는 실적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멀티플을 곱하여 산출됩니다. 그럼 결국 높은 가치를 받기 위해 실적이 오르거나 멀티플이 올라야하고, 최상의 시나리오는 실적도 오르며 멀티플이 동반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어떤 기업을 인수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멀티플도 함께 올릴 수만 있다면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경제적해자를 구축할 Potential이 있는 기업을 키워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PE, build-capital로서의 도약

단순히 좋은 Asset을 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PMI 과정에서 Value-add를 실행하기 위해선 몇 가지 Point가 있습니다.

  • 운영 레버: 마진/원가/공급망/가격/세일즈 생산성/고정비 구조
  • 성장 레버: 제품 포트폴리오 재정의, GTM(채널·세일즈) 재설계, 신규 시장 확장
  • 플랫폼 레버: 볼트온 M&A, PMI, 통합 운영모델, shared services
  • 디지털 레버: 데이터 인프라, 자동화, AI 적용, 리텐션/업셀 체계
  • 조직 레버: 핵심 인재 영입, KPI/인센티브, 운영 리듬(cadence) 구축

물론 산업에 따라 다르겠으나, 위의 레버 point에 집중하여 세부적인 PMI가 필요하겠죠. 이와 더불어 PE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만하는 복잡한 다이내믹스에 속해있습니다. 분야별 이해관계자와 그들을 설득하는 point는 다음과 같습니다.

  • LP(출자자): 시장 사이클과 무관하게 성과를 낼 “알파 생성 메커니즘”을 강조
  • 매도자/창업자: 단기 비용절감형이 아니라 “성장·스케일업 파트너”가 되겠다는 신호
  • 경영진: 자본 제공자 이상으로, 실행·변화를 함께 요구하는 적극적 오너
  • 직원/조직: 구조조정만이 아니라 시스템·역량 투자가 동반될 수 있다는 기대

그럼 실제로 한국에도 이런 PE의 투자 성공 사례가 있을까요?

아크앤파트너스(Ark & Partners)의 새로운 도전

아크앤파트너스 홈페이지 소개 문

아직 홈페이지는 개편 중인 것으로 보이나, 소개 문구부터 기존 PE와는 다른점이 눈에 띕니다.

"Growth Buyout Approach"
PE vs VC 대체 뭐가 다른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모펀드. 영어로는 Private Equity라고도 합니다. PE는 VC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PE는 뭐하는 곳이고, PEF는 어떻게 운용되는지 같이 알아봅시다.

이전에 다뤘던 PE에 대한 글에서 Growth Capital과 Buy-out은 구분했습니다. 실제로 기존의 PE들은 대부분 이 둘을 구분하여 성장하는 국면의 회사에 capex 자금 등을 투입하여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안정적인 회사를 인수하여 더 크게 성장시키는 구분된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개념이 합쳐진, "성장 인수 전략"을 내세워 빠르게 증명하고 있는 흥미로운 투자 사례를 다뤄보겠습니다.

리멤버 인수 Case Study

아크앤파트너스(Ark & Partners)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신생 사모투자회사(PEF)로, VIG파트너스 출신의 안성욱·김성민 대표가 설립했습니다. 주로 성장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여 가치를 높이는 ‘그로스 바이아웃(Growth Buyout)’ 전략을 사용하며, 리멤버, 숨고, 카시나, 팀스파르타 등에 투자했는데요.

왜 Ark일까요?

💡
노아의 방주를 뜻하는 아크(ARK)는 '경영진과 함께 이해관계를 조정해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의미를 갖는 'Assemble, Realign and Kickstart'의 이니셜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제한된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목표를 향해 행동하는 투자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철학이 돋보입니다.

2020년에 설립된 신생PE는 첫 투자로 2021년 리멤버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아크앤파트너스, ‘리멤버’ 1,000억 투자로 시장 데뷔전 | 서울경제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의 운용역 출신들이 설립한 아크앤파트너스가 리멤버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사모투자업계에 돛을 펼쳤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설립된 아크앤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종합 비즈니스앱으

2021년에는 유동성이 풍부했으나, 2022년은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인해 비상장 시장에서도 유동성 버블이 꺼진 뒤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아주 어려운 시점이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 분들은 낭만투자파트너스의 김성중님이 작성했던 벼랑 끝의 VC 산업에 대한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벼랑 끝의 VC 산업
VC 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하였습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비상장 회사에 투자했던 VC들은 급격한 Multiple의 저하로 기존에 투자했던 다수의 자산들에 대해 상각 처리를 해야했고, 추가적인 LP Funding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리멤버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국한되어 단순히 User를 많이 모으고, 추후 뭔가를 붙여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나이브한 생각이 전부라면 쉽지 않은 투자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분명 존재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질적으로 PMI를 통해 가치 증대를 입증한 리멤버

리멤버는 2022년 3곳의 회사를 인수합니다.

  1. 자소설 닷컴 인수: 80만명의 누적가입자를 보유한 신입 채용 전문 플랫폼으로, 상위 20개 대학 졸업생의 70% 이용하는 대기업·공기업 취업 특화 서비스를 제공함
  2. 슈퍼루키 인수: 외국계 기업 특화 채용 정보 플랫폼
  3. 이안손앤컴퍼니 인수: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2022년 당시에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본업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기존 VC 및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소진하기 위해 무리한 M&A를 지속하거나 불필요한 자금 집행에 의해 오히려 투자금이 독이 된다고 평가 받기도 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리멤버의 공격적 M&A 볼트온이 우려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곳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마 PE가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PMI 계획과 더불어 꼭 필요한 레버를 실현시키기 위한 자금 집행이었다면 그 결과는 다를테고,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를 증명했습니다.

[2025 PE 애뉴얼 리포트]‘투자·회수·펀딩 삼박자’ 아크앤파트너스, 성장 고공행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크앤파트너스가 올해 매각부터 투자, 펀딩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고공행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는 아크앤파트너스는 첫 블라인드펀드를 설립하는 동시에 리멤버앤컴퍼니로 수천억원 규모의 첫 엑시트 사례도 이뤄냈다.…

리멤버 Exit: 실적과 멀티플 동반 상승

리멤버는 아크앤파트너스가 인수하기 직전인 2021년과 비교해 2025년 매각 시점에 매출은 약 10배 성장, EBITDA 기준 흑자구조로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EQT파트너스는 리멤버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 중반으로 평가하여 인수했습니다.

투자 성과 또한 MOIC 2.3배, IRR 20%이상이라는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죠.

하지만, 신생 PE가 이런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것 보다 제가 더 놀란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 대학기금 LP로 유치

‘1호 블라인드펀드 조성’ 아크앤파트너스, LP로 ‘미국 대학기금’ 유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크앤파트너스가 국내 중소형 운용사 최초로 미국 대학기금을 LP(기관투자자)로 확보했다. 그간 대형 PEF 운용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 대학기금의 출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14일 투자은행(…

미국 대학기금은 수십조원의 자금을 운영하며, 장기적인 투자 목표 수립을 통해 PEF 운용사에게 출자를 하고 있습니다. 통상 KKR, Black Stone, Carlyle 등 글로벌 PE에게 일부를 할당하는 정도이지, 국내 신생/중소형 PE에게 출자를 집행한 사례는 전무했습니다.

결국 앞서 말했던, Why Korea? 다음인, 왜 그 중 너희 PE에 출자를 해야만 하는지?를 아크앤파트너스는 Growth Buyout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 나섰고, 리멤버와 같은 투자 사례를 통해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크앤파트너스가 보여준 성공 사례는 기존 한국의 PE에서는 보기 드문 전략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이런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는 PE들이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저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기존의 PE와는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선보이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김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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